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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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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06. 2021

우울도 염증처럼 병원에 가면 좋아질 겁니다.

 자고 일어나니 코가 시큰했다. 염증이 생긴 터라 연고를 자주 발라줘야 하는데 방치한 덕분이다. 피 냄새가 올라와 코를 닦아보니 콧물만 묻어 나왔다. 헛웃음만 나왔다. 잔병이 없는 날이 없다. 공복에 마시는 물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다. 굴러다니는 페트병을 하나 들어 물을 마셨다. 물 맛이 조금 이상했다. 상한 것 같았다. 싱크대로 달려가 물을 뱉었다. 건강 두 번 챙겼다가는 골로 가겠다.


 최근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친척형과 통화를 하다, 우울감을 호소하니 내가 글을 써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도 우울감이 들었던 때가 있었지만 삶이 바쁘니 우울할 틈이 없다고 했다. 나는 화를 냈다. 그러자 형은 당황해하며 말을 돌렸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운동 중이라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했다. 하던 운동을 멈추고 잠시 구석에 자리 잡았다. 나는 게을러서 우울한 것일까. 부지런하다면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부지런하게 살지. 아니면 정말 글을 써서 우울한 걸까.


 언젠가 말을 하기 겁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모두 뇌가 아니라 목에서 필터링 없이 나오는 기분이 들었었다. 스무 살이었고 글을 쓰는 게 전공이었다. 말뿐만 아니라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우울하지 않았던가. 아니 우울했다. 새벽에는 섬망처럼 천장이 내려앉았다. 비명을 지르면 가족이 깰까 봐 이불을 물고 견뎠었다.


 우울은 말을 하면 좀 나아진다 누가 그랬나. 혼내주고 싶다. 상한 물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싱크대에 물을 뱉고 수돗물로 입을 헹궜는데도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에 염증도 참고 견디다 심해지기만 했다. 병원에 다녀오니 금방 좋아지더라. 몸이 이상할 때에는 병원에 가는 것이 맞겠지. 친구가 추천해준 병원을 예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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