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곯은 관계도 김치처럼 씻어 먹을 수 있을까요.
아침을 먹기 위해 김치를 꺼냈다. 저번보다 하얀 곰팡이가 더 많이 피어 있었다. 정말 먹어도 되는 것일까. 잠시 망설여졌다. 채반에 김치를 올려두고 흐르는 물에 곰팡이가 쓸려나가는 것을 봤다. 더 이상 저절로 씻겨져 나가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맨 손으로 김치를 문대기 시작했다.
김치를 씻으니 창백한 녹색이었다. 색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알려준 레시피를 다시 확인했다. 볶거나, 물에 끓이라고 했다. 프라이팬을 꺼냈다. 식용유를 두르자 이상한 냄새가 올라왔다. 유통기한이 3년이 지나있었다. 기름을 두르지 않고 물로 볶기로 했다.
예열한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 넣고 김치를 볶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더 할 것이 있는지 레시피를 확인했다. 들기름으로 두르고 깨소금으로 마무리해주면 끝이라고 했다. 들기름이 있을 리 만무했다. 참기름을 꺼냈다. 혹시 몰라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2년이 지나있었다.
뜨거운 김치와 닭가슴살 그리고 밥을 먹었다. 뜨거운 김치는 싱거웠고 살짝 매웠다. 먹으면서도 뭔가 아닌데 싶었다.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한 건데 이상하게 세상에게서 소외감이 느껴졌다. 오래된 김치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용유도 참기름도 내게 이런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