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목디스크 같다고 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정확할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불안감을 읽었는지 근육이 뭉친 거면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진료실을 나가며 저린 손을 괜히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계속 저렸다.
엑스레이를 기다리며 담 걸린 부위를 괜히 주물럭거려 보았다. 뭉친 근육이 느껴졌지만 당장 이렇게 풀어본다고 해서 좋아질 리 없었다.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모니터에 뼈 사진을 띄우며 목디스크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설명이 들리지 않았다. 피가 괜찮아지니 피부가 말썽이고 피부가 괜찮아지니 뼈가 말썽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확진을 받으니 괜히 더 아픈 것 같았다.
처치실에 들어가 목과 어깨에 주사를 맞았다. 목에 주사를 맞을 때에는 골수 검사처럼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투병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라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물리치료를 받기 전 화장실에 들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왜 병에 관련된 일은 꿈이었던 적이 없는 걸까. 거울을 봤다. 참 못났다. 디스크, 디스크, 디스크 중얼거렸다. 뒷목이 당겼다. 디스크 때문인지 상황이 뭐 같아서 그런 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너무 우울해지는 것 같아 디스크를 디스코라 바꿔 중얼거려봤다. 뒷목이 더 당기는 것 같다.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아빠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은 허리 디스크 때문이었다. 스트레칭 기계로 목을 늘리면서 죽어도 몸에 칼을 대지 않겠다며 수술을 한사코 거부하던 아빠를 생각했다. 미워할수록 닮는다던데 혈액암도 그렇고 디스크도 그렇고 이상한 것만 닮았다. 스트레칭 기계가 힘을 뺄 때면 축 늘어진 머리로 결국 나이가 들어 수술을 했던 아빠를 생각했다. 섬망이 와서 가족과 의료진을 힘들게 했었다. 휴대폰을 높이 들어 목디스크 스트레칭을 검색했다. 닮아도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수술을 해도 섬망이 오지 않을 것이고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질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손이 저릿하다. 담도 그대로다. 수건을 베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폼롤러로 마사지도 했는데 별로 소용이 없었나 보다. 이삼일은 그럴 수 있다던데 그 이상 지속되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 했다. 그러면 신경차단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차단이라는 말이 두려워 찾아보니 부작용이 별로 없는 주사였다. 신경차단술을 이야기하던 의사의 표정은 왜 그렇게 진지했을까. 수술까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당분간 독서도 자기 전에 이북을 거치대에 연결해서 보는 것 외에는 피해야겠다. 마음, 피, 뼈, 피부 그다음은 어디가 아프려나. 다음 차례가 무엇이든 견딜 수 있는 것이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