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주사를 맞고 좋아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말에 돌돌 만 수건을 베개 대신 목에 대고 누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옆으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폰을 하다 잠이 들었던 터라 천장이 낯설었다. 형광등 주변에 야광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붙여놓은 것이다. 전에는 네 식구가 살았다고 했다. 전세금이 오른 터라 버티지 못하고 이사를 갔다고 했다. 야광별의 색이 많이 바래 있다. 자고 일어나면 떼어내야지. 야광별을 향해 오른손을 뻗어보았다. 어깨부터 손끝까지 저릿하다. 내일은 무슨 떼어내는데 한 참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떼어내기로 결심했으니 야광별은 이제 추락하고 있는 별똥별이다. 힘껏 눈을 감고 소원을 빈다. 아픈 데 없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한참을 눈 감고 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뜨면 군대나 병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자세로 누웠던 적은 군대와 병원뿐이었다. 심호흡 몇 번 하고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등병 때 선임이 내 눈을 가리고는 뭐가 보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게 네 남은 군생활이라며 선임은 한참을 웃었다. 병원도 그랬다. 항암을 받으면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고통은 일정했다. 앞으로도 쭉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지나온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중얼거리고는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야광별이 보였다. 예전엔 별을 보고 길을 찾았다고 했다. 야광별을 계속 보니 자취방 천장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잠은 안 오고 천장만 바라보니 가장 편한 자세가 무엇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어릴 적엔 엄마 배에 팔과 발을 하나 씩 올려놓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하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게 된 걸까.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습관을 지나쳐 온 것일까. 본가에서 자는 것이 어색한 이유는 지나쳐 온 습관을 마주하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든 자보려고 양을 세던 도중 모기 소리를 들었다. 일어났다. 불편한 자세는 참을 수 있어도 모기는 참을 수 없다. 뒷 목이 저릿했는데 모기 때문인지 목디스크 때문인지 혹은 그 둘 다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모기를 잡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천장과 벽을 살폈다. 옷을 걷어내니 숨어있던 모기가 날아올랐다. 박수를 쳤다. 잡았다. 손바닥에 검은 피가 묻었다. 모기야 너는 편식하는 법이 없구나. 너는 살아보겠다고 구정물 같은 피를 먹고, 나는 목을 홀대했구나. 너도 나도 먹고사는 일이 참 힘들구나.
쓸쓸한 마음으로 수건을 다시 돌돌 말고 누웠다. 눈을 감으려고 하니 휴대폰에서 기상 알람이 울린다. 야광별을 보며 제발 행복하자고 다시 한번 빌며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