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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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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23. 2021

뭉친 근육 풀어주듯 뭉친 기억도 스트레칭해봅시다.

 눈을 뜨니 온몸이 뻐근하다. 또 줄이 엉킨 마리오네트처럼 엉망진창으로 자고 말았다. 목디스크에 걸린 이후로 정자세로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나를 조종하는 인형술사는 수습생인 걸까. 솜씨가 정말 좋지 않다. 내가 발로 조종해도 이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누워서 한참을 툴툴거리다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베개 대신 베고 있어야 했던 수건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정리가 끝나도록 보이지 않았다. 목덜미를 주무르며 방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괜한 승부욕이 생겼다. 수건을 못 찾으면 일을 하면서 자꾸 생각날 것 같았다. 엎드려 누워 침대 밑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보이는 것 같았다. 수건일까. 아니었다. 찾는 수건은 없고 리모컨부터 시작해서 지갑까지 별것이 다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옷걸이로 하나씩 꺼냈다. 깊숙하게 있는 것을 꺼내는데 목 근처가 찌릿했다. 그대로 누워 좋아지길 기다렸다. 온갖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런가. 내 목에 대해 엄마에게 들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2살, 엄마를 따라간 공중목욕탕. 엄마가 떼 수건을 들자마자 도망쳤다고 한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다 자빠졌다고 한다. 넘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다고 한다. 넘어진 소리가 메아리 되어 주변에서 씻던 사람들의 비명이 되었다고 한다. 수증기와 사람을 밀치고 들어선 곳에 내가 누워 있었다고 한다. 목이 틀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도 비명을 질렀냐고 물으니,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고 했다. 비명을 지르면 배 속에 있던 동생이 유산될 것 같았다고 했다. 어디서 들은 미신이냐고 물었지만 들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냥 그럴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엄마의 나이는 이십 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었다.

     

 목이 괜찮아지자 일어났다. 수건은 포기하기로 했다. 요가 매트를 깔고 폼롤러를 꺼내 베고 누웠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픈 부위를 찾았다. 아픈 부위를 찾으면 통증이 줄어들 때까지 눌러주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은 그 사람의 내면을 닮는다던데, 내면도 몸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뭉친 근육 같은 걷어차이고, 밟히던 기억을 눌러쓰다 보면 통증이 줄어들지 않을까. 목디스크는 스트레칭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일상을 교정해야 한다고 한다. 글쓰기가 행사가 아닌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엄마는 혼자 나를 데리고 대학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 시간에 아빠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냐고 물으니 엄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대가 늘어났던 거라고 한다. 집에 돌아와 목이 뒤틀린 자세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놀고 있는 내 모습에 엄마는 그제야 마음 놓고 울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말릴 틈도 없이 술에 취한 아빠가 다리로 내 몸을 고정시키고 병신이 되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며 목을 제자리로 돌렸다고 한다. 엄마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비명을 참을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웃긴 것은 목이 고쳐졌다고 한다. 나는 울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놀던 것을 마저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폼롤러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 맥켄지 운동을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빠를 생각했다. 아빠는 그날 몸에 장애를 남기지 않는 대신 마음에 장애를 남기는 것으로 등가 교환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둬도 괜찮아졌을 것인데. 엄마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 센티 해져서는. 몸이 고쳐지면 마음이 망가져도 상관없다고 결정한 건지 모르겠다. 지금의 나보다 한 살 더 많았을 삼십 대 초반의 아빠. 자기도 어리면서 엄마가 어리다 무시한 걸까. 비슷한 나이가 되면 조금이라도 이해될 줄 알았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다.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친 것이 느껴진다. 돌덩어리가 따로 없다. 근육도 그렇게까진 뭉치진 않을 것이다. 맥켄지 운동도 거기까진 풀어지진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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