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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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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Feb 01. 2024

상처가 흉터가 될 때까지 고양이는 얼마나 울었을까

 출근길 샴 고양이를 봤다. 길에서 품종 묘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불러보니 대답은 하는데 오지 않았다. 걷는 폼이나 속도가 담담해 보였다. 저렇게 긴장감 없는 길냥이라니. 시야에 사라지자마자 뒤를 밟았다. 금방 따라갔는데 보이지 않았다. 오감을 집중하니 주차된 자동차 아래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것 같았다. 자동차 옆을 보니 녀석은 풀을 뜯고 있었다. 배고파서 먹는 느낌보다 한가로워 보였다. 색 바랜 털과 흉터가 쉽지 않은 삶을 보여주는데도 별 것 아니라는 듯 경계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싶어 당근 마켓을 검색했다. 혹시 고양이를 찾는 글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일주일 전에 샴 고양이를 찾는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사진은 흑백이라 잘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전화를 걸었다. 남자가 받았다. 길가에서 샴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말하니 자신의 고양이는 죽었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지쳐있었고 무너져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죄송하단 말을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의 엉치뼈를 긁어주며 미안하단 말을 중얼거렸다. 길냥이 중성화 수술 표식인 귀 끝 절단이 보였다. 이걸 왜 이제 봤을까. 당근 마켓 글에선 분명 10살 된 아이라고 했었지. 엉덩이 긁어주는 게 좋았는지 엉덩이를 들어 올리던 녀석은 나를 한 번 돌아보더니 천천히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이제 익숙하다고. 별 일 아니라고 붙잡을 수도 없게 여지도 주지 않는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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