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설날을 핑계로 본가에 왔다. 본가에는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고양이였던 식물이 있다.
다른 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말없이 밥을 먹고 말없이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늦었다.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던 중 뒤척이는데 다리에 무언가 걸렸다.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막내 고양이 ‘호야’가 가랑이 사이에서 자고 있었다.
얼굴 옆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아들었다. 검색해 보니 신뢰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행동이라고 한다. 나는 나 자신도 신뢰하지 못하는데 몇 번 보지도 않은 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
휴대폰 불빛에 깼는지 호야가 그르릉 거리며 휴대폰 뒤에서 얼굴을 들이민다. 저러다 갑자기 휴대폰을 물어서 액정 필름이 흠집 난 적이 있다. 급히 휴대폰을 치우니 손에 머리를 비빈다. 만져주라는 뜻인가 싶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니 피하며 무는 시늉을 한다. 예전에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 힘껏 물었는데 그새 사람의 피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연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장한 마음에 다시 한번 쓰다듬으려고 하니 이번엔 뒷발로 밀어낸다. 힘이 장사다. 어미가 벵갈 고양이고 아비가 코리안 숏헤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어미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애완동물로 개량되었다 해도 이 작고 여린 것의 피는 사람보다 야생에 더 익숙하지 않을까.
닿는 것이 불편한 것 같아 손을 빼니 다시 손을 머리에 가져다 댄다. 어두운 거실을 두리번거려 본다. 어디 고양이 언어로 물은 셀프입니다 처럼 쓰담쓰담 당하기는 셀프입니다라고 써 붙여 있을 것만 같다. 고양이는 자신만의 규칙에 철저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던데 손을 뻗어 가만히 둔다.
그르릉 거리며 치대는 녀석의 머리를 느끼며 애정은 갈구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호야는 애정도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갈구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각난다. 남은 손으로 내 송곳니를 만져본다. 생각보다 뾰족하니 사냥을 나서도 될 것 같다. 그르릉 거리는 고양이 소리에 으르릉 소리를 얕게 섞어본다.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지만 그만 일어나기로 한다. 고양이는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고양이를 향해 머리를 치대 보니 줄행랑친다. 나도 머리를 치댈 것들이 많다. 내가 치댈 것들도 저렇게 도망갈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도 좌절만 하지 않기로 한다. 글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대자. 그리고 계속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