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가족이고 나는 병원에서 고인과 함께 투병하던 동지였다. 우리는 마주 앉아 음식을 먹으며 죽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뒤에서 남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던데. 가볍게 던진 농담에 그는 웃으며 말한다. 혹시 모르죠. 우리 옆에서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고 계실지.
병이 지독한 것은 주변인의 기억을 바꾸는 데 있다. 눈웃음을 고통을 참는 찡그림으로 함박웃음을 비명으로 부탁하던 모습을 짜증 내는 모습으로 함께 뛰며 놀던 모습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우리가 기억하던 그분은 같은 병을 앓고 있었고 같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같은 모습을 가지진 않았다.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 듯 죽은 사람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하나씩 꺼냈다. 곧은 자세가 인상 깊었어요. 누워 있는 모습만 기억에 남았네요. 친절한 목소리가 좋았어요. 고통의 다른 이름은 짜증일까요, 짜증 어린 목소리가 기억에 남네요. 위엄이 있으셨지만 결코 권위적인 분은 아니었어요. 맞아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지요. 내 안에 그분은 조금 더 병들었고 당신 안에 그분은 조금 더 건강해졌네요. 이제야 우리가 같은 분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졌어요.
혹시 옆에 있을지 모르는 그분을 생각하며 눈을 감아봅시다. 침대가 아니라 휠체어에 앉아 있네요. 조금 더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요. 농담을 좋아하셨죠. 이렇게 매력적이던 눈웃음을 까먹었다니 죄송해요. 산책을 다녀오세요, 제가 기억하는 그분은 병원 까지랍니다.
그분은 그의 안에서 조금 건강해졌지만 다시 점차 아파 올 테고. 내 안에선 조금 아파졌지만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가끔 만나 이야기 하는 것으로 가장 가까운 기억이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다는 것에 충분한 의미가 되지 않을까.
어느새 음식은 비워지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진짜 그럴 성격은 아니신 걸 알지만 뒷말한다고 화내시진 않으실 거죠. 만약 이 자리에 계신다면 훔쳐 듣고 계시는 것이니 서로 문제없는 걸로 합시다. 그도 들을 수 있도록 조금 큰 소리로 혼잣말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뒤. 뒷담 덕인지 입체적이게 된 그분이 눈을 부라리며 화난 척하다 크게 웃는 것이 보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