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잡는데 엄지 손가락이 쓰라리다. 손가락의 옆구리가 벗겨져 있었다. 습진이 도진 것 같다. 도대체 언제 생긴 걸까. 대답은 않고 살갗만 붉은 것이, 부끄러워하는 모양새라 헛웃음이 나왔다. 다른 손가락도 하나하나 살폈다. 다른 손가락까지 퍼지진 않은 것 같았다. 검지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베인 흉터를 자랑스럽게 보였다. 너는 또 어디서 베인 거냐, 네가 검객이냐. 묻고 싶었다. 내 몸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이대로 괜찮은 걸까.
동네 작은 내과에서 일반건강검진을 받았다. 일찍 갔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많았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문진표에 작성한 병력에 대해서 의사는 묻지 않았다. 혈압을 재고는 수치가 나쁘지 않다고 말할 뿐이었다. 과거에 혈압이 몇 번 높게 나왔었는데 말할까 하다 말았다. 손가락의 흉터처럼 멋대로 좋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엑스레이를 찍고 소변검사를 하고 시력검사를 했다. 시력검사는 너무 가까이해서 1.0이 나왔다. 난근시가 심했는데. 눈도 좋아질 수 있는 걸까.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다.
매년 대학 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면 아프지 않아도 아팠다. 없는 병도 발끝부터 끌어올려지는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동네 병원이라고 병도 불안도 얕보고 숨은 걸까.
마지막 순서로 혈액 검사를 위해 피를 뽑았다. 새삼스럽지만 참 빨갛다. 저 피가 온전한 내 피일까. 수혈받았던 피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평소에 먹고 마시던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혈받은 피는 생각이 되고 마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거즈로 주사 자국을 누르며 헌혈하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다. 알 수 없었다. 그들도 수혈받던 나의 마음을 알 수 없겠지. 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끼리 살리고 살았다.
수줍어하는 엄지 손가락을 봤다. 어떻게든 혼자 해보겠다고 고생했겠지. 성과가 없어서 부끄러웠겠지. 그래도 병이 숨지 못하게 잘 붙잡고 있었구나. 마음을 알 수 없는 나도 나를 살리고 살았구나.
아픈 일이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병원 갈 일이 아니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피부과에 가야겠다. 잠깐 좋아지는 것이라고 해도 편하게 해 줘야지. 편해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