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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당당하게 걷기

무너지지 말지어다.

by 조매영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는데 꿈이었던 걸까. 흑임자 맛 투게더를 앉은자리에서 모두 비웠던 꿈. 깨가 씹히던 것이 불만이었지만 흑임자의 고소함 덕분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던 맛이었는데.

병동 간호사실에 앉아 병실 생활을 안내받았다. 주의해야 할 것을 듣다가 몇 년 전에도 입원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리번거리며 아는 간호사 선생님이 있나 찾아봤지만 이제 모두 퇴직한 것 같았다. 처음 뵙는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수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설명을 듣고 병실에 들어와 짐을 대충 정리했다. 이번에도 유쾌하게 투병해야지. 중얼거렸다. 처음 입원했을 때에는 원사님도 오시고 아저씨들도 오셔서 왁자지껄했던 것 같은데 새로운 첫 입원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휴대폰을 챙긴 채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걷는 사람이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분주히 병실을 오가는 모습은 변함없구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황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첫 투병 때처럼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재발했다고.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 끝에 별 것 아닌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무너졌다. 천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니 내려앉고 있었다. 땅도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니 무너지고 있었다.

꿈이었다.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봤다. 내려앉지 않았다. 한 참을 생각했다.

매번 재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무렇지 않을 거라 했다. 다시 투병해도 그때보다 더 즐겁게 투병할 수 있을 거라 호원 장담했다. 불현듯 악몽이 그만 좀 나대라는 꿀밤 같다. 그런데 꿀밤 치고는 너무 세지 않나.

네 주제를 알라. 말로 해줘도 될 것 같은데.

투게더를 먹은 것이 진짜였나. 어쩐지 생생하더라니. 그것도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 많은 칼로리는 어떻게 소모해야 할까.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재발하는 꿈은 처음이었다. 구내염 때문인 걸까. 저번에 치과치료 후 마취가 다 풀리기도 전에 밥을 먹었다. 입술을 씹었던 것 같은데 그 자리에 구내염이 생겼다. 예전에 면역력이 없던 시절 구내염이 오백 원짜리 커져 아무것도 못 먹던 시절이 나도 모르게 생각났던 걸까. 괜히 치과가 원망스러워졌다. 마취가 다 풀리기도 전에 밥을 먹은 내 미련함이 잘못이지. 남 탓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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