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by 조매영

책을 읽다 뮤코마이코시스라는 병명을 알게 되었다. 검은 털곰팡이증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곰팡이균이 원인이 되는 병이다.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병이라고 한다.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에겐 비열하고 악독한 녀석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우리는 신생아라고 자조할 정도로 면역체계가 엉망이었지.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아저씨의 손이 검게 된 이유가 그 병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철천지원수의 이름을 평생 모르고 지내다, 이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주저앉아 울부짖는 클리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니.


병명에 대한 확신이 드는 순간, 아저씨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검은손이 나를 보더니 비웃으며 말한다. 네가 병명을 알았다고 어쩔 건데.


그러게, 어쩌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막연한 무력감이 구체적인 무력감이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아저씨를 떠올릴 핑계가 하나 더 생긴 것은 좋네.



아저씨와 관련된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https://brunch.co.kr/@flqj400/109

https://brunch.co.kr/@flqj400/5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환자가 환자에게 직접 화를 내는 것은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