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카톡을 확인하는 것이다. 꿈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휴대폰을 켜니 애인에게서 차를 조심하라는 카톡이 와 있었다. 오늘은 될 수 있으면 자전거도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쓰여 있었다.
차 조심이라니, 당연한 말을 뜬금없이 마주하니 당연하지 않아 보인다. 차 조심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한가 싶었지만 이유를 물었다. 답장이 없었다. 차에 부딪히면 죽는거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이유를 물었다. 답장이 없었다. 자전거 같은 경우 고등학생 시절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적이 있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들지 않아 마주 오는 승용차와 부딪혀 날았었지. 그때 제일 먼저 땅에 부딪힌 어깨는 아직도 뻐근하다. 부주의 하긴 했다. 다시 이유를 물었다. 나쁜 꿈을 꿨다는 답장이 왔다.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참을 울고도 다 쏟아내지 못한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다. 내 꿈에서 나는 맛있는 것도 먹고 슈퍼맨처럼 하늘도 날아가고 그랬는데, 애인의 꿈에서 나는 처참하게 죽었나 보다. 구제불능이다. 정말 나란 놈은 잠을 자면서도 애인에게 상처를 주는구나.
어떻게 죽었나 궁금해졌다. 내가 아무리 철이 없다 쳐도 그래도 눈치가 있지. 묻진 않았다. 전화를 걸기 전에 자전거는 몰래 타야겠다 싶었는데 코맹맹이 소리에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몰래 타다 정말 내가 죽으면 애인이 제대로 말리지 못한 탓하며 평생을 괴로워할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출근을 위해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보니 지긋지긋한 내가 있다. 왜 나는 나를 볼수록 비참해지는 걸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입이 찢어져라 미소 지어 보인다. 애인에겐 비참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애인은 내게서 때때로 죽음을 본다. 내 탓이다. 처음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렸을 때 나는 참 무심했다. 어떤 말을 해도 울지 말아 달라는 말이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지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언젠가 그때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애인은 전화를 끊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도 애인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글썽이던 애인의 눈동자를 생각하니, 애인이 때때로 내게서 죽음을 보는 이유가 내가 진짜 죽일 놈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냥 별 일 아니라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할 수는 없었을까. 투병 시기에 후회 남는 일이 없다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진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멱살을 붙잡고 깝치지마라. 말해주고 싶다.
애인에게 버스를 타고 출근하겠다고 버스 기다리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덤으로 귀여운 이모티콘도 까먹지 않았다. 현실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헬스나 영양제를 잘 챙겨 먹음 된다 치고, 애인의 꿈속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해 보니 꿈속 건강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잔병치레도 참 많았구나. 자잘한 잔병에도 애인은 놀란다. 내 업보다.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은 쉽지 않다. 자꾸 죄스럽네. 잘해야지. 내 꿈속 나와 애인의 꿈속 나를 교환할 수는 없는 걸까. 과학의 발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