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오니 자꾸 콧물이 나온다. 비염 때문이다. 코뼈가 휘어서 생겼다. 농구공이 날 너무 좋아했다.
중학교 체육시간 처음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튕기는 족족 잘 돌아오는 것이 농구는 나와 잘 맞는구나 싶었다. 자신감에 가득 차 첫 순서로 공을 던져 보겠다 했다. 공이 잘 날아갔다. 거침없이 직선으로. 백보드가 부서질 것처럼 큰 소리를 냈다. 선생님 고함에 정신 차리는 사이 눈앞에 공이 와 있었다. 지면에 튕길 때마다 그렇게 잘 돌아오더니 농구공에게는 골대가 참 많이 멀었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코를 들이받았다.
콧물을 닦으며 남은 손으로 카톡 친구목록을 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병원에서 친했던 형님의 형수님이었다. 형님이 이식받기 전 함께 먹었던 피자가 생각난다. 맛있었다는 기억보다 참 즐거웠는데. 형님이 돌아가신 날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했다. 당시 새벽이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형님 병실에 놀러 갔는데 깨끗하게 정리된 자리에 제대로 놀라지도 못했지. 잠들기 전에 분명 어떤 불안감을 느꼈었다. 자책을 참 많이 했다. 하루 정도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을 컨디션(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안다.)이라 생각해서 더욱 괴로웠다.
반가운 마음에 카톡을 보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1이 사라졌다. 답장이 오지 않았다. 콧물이 자꾸 나왔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답장이 없는 카톡창에서 먹먹함이 느껴졌다.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니 아무 말이 없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반가움은 나를 들이받던 농구공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물었다 생각한 상처를 반갑다고 후벼 판 것 같아 죄송스러워졌다.
1이 사라진 카톡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콧물이 자꾸 나왔다. 꼿꼿하게 잘 버티며 살고 있던 분이 나 때문에 휘어지지 않았을까 두려워졌다. 눈물이 자꾸 나오시면 어떻게 하지. 내게 즐거웠던 시간이 누군가에겐 두려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내 까짓게 뭐라고 그런 생각들을 하는 거지. 오만한 것 같다. 그렇다고 오만하지 않으면 어쩔 거지. 연락을 해서 죄송하다고 보내는 것도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누구에게나 반갑다고 함부로 연락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다짐과 반성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니 콧물은 멈추고 눈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