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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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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08. 2024

그래서 홍게는 무슨 맛인가요

 먹다 보니 혀끝이 아렸다. 고개를 들어 건너편을 봤다. 애인이 분주히 홍게를 손질하고 있었다. 몸통에서 다리를 분리하고 다리의 관절을 자르고 속살을 밀어 꺼내는 모습에 거침이 없었다. 홍게에서 원래 아린 맛이 나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나도 다시 고개를 숙여 홍게를 손질했다. 똑같이 몸통에서 다리를 분리하고 다리의 관절을 자르고 속살을 밀어 꺼냈다. 분명 같은 동작을 종업원에게 배웠건만 내가 버린 껍데기를 빈 껍데기라고 부르기 민망했다.


 입술 주변까지 아리기 시작했다. 티 내지 않고 홍게 라면까지 주문해 먹었다. 라면은 따로 홍게를 손질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손질할 때마다 손보다 마음이 급해서 힘들었다. 어릴 적에 엄마가 곰솥에 꽃게를 쪄왔던 것이 생각났다. 몸통을 몇 번 깨물고 빨아먹다 포기했었지. 맛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살과 함께 딸려오던 껍데기가 불쾌했다. 뼈를 바르거나 손질하며 먹어야 하는 일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없던 것 같다. 양 껏 먹지도 못했는데 쫓겨나면 기분이 나쁜 것도 한몫했을 테고 말이다.


 계산하고 나와서야 입술 주변이 붉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애인은 검지로 내 입술 주변을 만지며 걱정했다. 휴대폰으로 알레르기를 검색하니 설명되어 있는 증상과 같았다.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간지럽진 않았다. 별 일 아니라고 말하며 입술 주변을 만지던 손을 잡고 해변가를 걸었다. 바람이 조금 거칠었다. 신발 안으로 모래가 들어오는 것처럼 바람이 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앓아누웠던 순간 몇 개가 떠올랐다. 모두 갑각류를 날 것으로 먹은 날들이었다. 갑각류를 먹고 바닷가를 산책하던 날들이었다. 병원에 가니 몸에 바람이 들었다고 했지. 바람이 몸 안에서 소용돌이쳐 내장을 놀라게 했다고 했지. 갑각류가 안에서 내 몸을 찢고 바람이 들어 올 구멍을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찐 홍게는 게장이나 새우장만한 힘은 없는 것 같았다. 불편하긴 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홍게 맛이 아린 것이 특이하다고 말하니 애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맛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젠가 과일 음료를 톡 쏘는 맛에 먹었는데 알고 보니 알레르기였다는 글을 봤었다. 그게 남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대관람차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었다. 타는 도중에 멈추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평화로운 놀이기구가 있을까. 알레르기는 아프지 않았다. 우리의 걸음을 멈출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겪었던 고통은 그 자리에만 있길. 앞으로 올 통증은 이처럼 별 것 없길.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작에 대관람차를 탄 것 같은 걸음이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대관람차를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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