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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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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13. 2024

닮았다고 한 몸인 건 아니지

 아침저녁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어선 아침은 먹었느냐 저녁은 먹었느냐 정도만 묻고 끊는다. 왜 전화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엄마가 보고 싶거나 엄마가 걱정되어 전화를 건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살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마 복학했을 때 용돈이 필요한 날을 위해 평소에 보험을 들 듯 전화를 했던 것이 습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저녁에 전화를 거니 엄마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일을 하다 계단에서 접질려 멍이 든 곳이 부었단다. 수화기 너머 둘째는 화를 내고 있었다. 접질린 게 어제도 아니고 며칠 전이라고 했다. 넘어진 게 쪽팔려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했다. 

 

 나도 화를 냈다. 엄마는 숨길 것도 참 많다. 갑상선암에 걸려 입원을 앞에 두었을 때에도 나에게는 병에 걸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내가 다그쳐서야 말했었다. 아! 이제 알겠다. 내가 매일 전화하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이상함을 먼저 느끼지 않으면 도저히 말을 하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을 때가 여섯 시 반. 엄마는 정형외과가 7시 까지라 주말에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순간 어제가 금요일인 줄 알았다. 금요일은 어디로 간 걸까. 어디서 밑장 빼기를 하는 걸까. 동생에게 전화를 바꾸게 한 다음 택시를 불러 정형외과에 같이 가라고 했다.

 

 병원에 다녀오면 전화를 달라 했는데 동생도 엄마도 그러지 않았다. 짜증을 내며 전화를 걸었는데 타박상이랜다. 

 이쯤이면 그냥 내가 걱정돼서 말하기 싫은 것보다 귀찮은 게 아닐까 싶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 나도 프로 귀차니스트니까. 내 피가 어디서 왔겠는가.

 짜증을 속으로 삼키고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가족끼리 눈치 볼 일은 어릴 때 끝난 줄 알았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던데 우리 가족은 도대체 언제 우리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솔직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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