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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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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14. 2024

링 위에 농구공을 두고 오는 것처럼

 요즘 글을 쓰면서 슬램덩크의 대사를 되뇌는 일이 많다. 강백호가 레이업 슛을 배우는 장면이다.

 

 무릎을 부드럽게,

 높이 뛰어올라.

 두고 온다.


 글을 쓸 때도 그런 마음이다.


 손목을 부드럽게,

 깊이 가라앉아.

 두고 온다.


 공을 넣는 일은 미래를 향한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과거와 마주하는 일이다. 현재를 쓴다고 해도 쓰는 순간 과거가 된다. 서로 상반되는 운동이지만 끝과 끝은 닮았다고 하던가. 둘은 닮았다.


  불필요한 힘을 개입시키지 않고 가볍게 놓아둘 것. 추락하는 활자 추락하는 공에 눈을 떼지 말 것. 실패라 좌절하지 말고 다시 한번 뛸 것. 다시 한번 가라앉을 것. 들어간다면 쓰였다면 짧게 환호하고 돌아설 것. 다음에 쥘 공을 펜을 생각하며 부단히 뛰고, 생각할 것.


 그냥 두는 일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꾸미고 싶고 과장하고 싶다. 시 창작 강의들을 듣거나 읽을 때마다 항상 있는 말은 어깨에 힘을 빼라는 건데 그러기 어려웠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 죽을 것 같았다.


 최근에 무협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참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힘을 빼는 일은 강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글엔 힘이 바짝 들었는데 내용은 또 참선하며 수행하는 내용이라 부조리해서 재밌었다. 힘이 바짝 들어간 문체로 참선을 하는 사람을 묘사할 때 작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작가도 알고 있을까. 참선하는 사람이 힘을 빼면서 죽을 것 같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아니까 쓰고 있겠지. 알아도 하기 쉬웠으면 모두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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