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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30. 2024

텃밭에 뿌린 씨앗을 물릴 수 있나요.

 텃밭 단체 톡에서 여름작물은 장마가 끝나고 심으라는 글이 올라왔다. 휴대폰 화면을 껐다. 이유를 묻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주 심은 것들을 물릴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리태 싹이 올라왔다. 콩을 그대로 반으로 가른 모양새라 신기했다. 만져보니 정말 콩과 같은 질감이었다. 검은콩을 심었는데 어떻게 녹색 콩 같은 잎이 올라오는 것일까. 텃밭 일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순간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당근은 아무래도 장마 중에 뽑거나 장마가 지나고 뽑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울창한 당근 잎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쓸쓸해졌다. 물을 주면 주는 대로 철퍼덕 드러누워 버리는 모습이 좋았다.     

 옮겨 심은 똥풀(상추, 치커리, 쑥갓) 들은 아무래도 살 수 없을 것 같다. 뽑을까 하다가 비가 식물에게 영양제라는 소리가 떠올라 일단 장마가 지날 때까지 그냥 두기로 했다. 장마가 지나면 남은 상추들에게도 꽃대가 올라오겠지. 그전에 비를 맞는 한이 있어도 상추를 수확하는 날을 가져야겠다. 그냥 남겨두다 꽃을 피우게 된다면 먼저 뽑은 상추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썰렁해진 텃밭이 장마를 잘 지났으면 좋겠다. 아직 발아하지 못한 씨앗 천지인데 괜찮을까. 눈만 가리면 숨었다 생각하는 강아지처럼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장마가 지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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