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1
잠에서 깨자마자 이승환의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를 들었다. 어제저녁에는 사랑에 대해 조금 고민했는데 마땅히 답이 없었다. 휴면 다큐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너는 내 운명이라는 에피소드의 영상을 편집한 것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들었는데 공포스러웠고 눈물이 났다.
감정은 이미지라 했던가. 구구절절한 사랑 노래를 들으며 영상을 보니 더욱 사랑을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사랑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떠올랐다. 아빠는 폭력적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별나게 동생들과 나를 차별했다. 하다못해 과자조차도 내 것은 없었고 동생들 것만 있었다. 언젠가 동네 사람들이 내가 친자식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웃고 말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발가 벗겨진 채 쫓겨나 가스통 뒤에 숨어 있던걸 다음 날 친구가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차라리 친자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가 절규로 끝났다. 나는 어디에서 사랑을 찾아야 할까. 부모의 사랑을 생각하면 엄마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왜 막지 않았어요. 막으면 더 때려서 어쩔 수 없었어. 사랑은 비명을 지르는 나일까.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린 엄마였을까.
마지막 항암을 하기 전 골수이식 이야기가 나왔었다. 나와 같은 유형의 백혈병 환자들은 대부분 이식을 하는 추세라 했다. 이식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골수가 맞는지는 검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알겠다고 했다. 이식 후 숙주반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 터라 이식에 대한 마음은 없었다. 다행히 마지막 항암은 잘 끝났다. 이식을 위해 동생들이나 부모님을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안도했다. 회복을 하며 앞으로 지낼 일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하다 조직적합성 검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가족회의를 했었다고 했다. 막내는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 말을 하고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당황해했다. 웃어넘겼다. 별 다른 기분이 들진 않았다. 그래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그뿐이었다.
이제 내게 사랑의 이미지는 심해인 것을 안다. 많은 감각이 퇴화한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별다른 감정도 없네. 버리거나 버림받은 것일까. 새삼스럽다.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쥔 적이 없었다. 사랑 이전에 생존이 있으니 그만 생각을 포기하기로 한다. 그래 살았으니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