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고양이도 가족이라고 가족력을 타고나버렸다

2021-01-18

by 조매영

주말에 김치를 얻으러 본가에 다녀왔다.


본가에는 고양이 네 마리가 있다. 집에 도착하니 첫째 고양이 라온이가 피하 수액을 맞고 있었다. 신장염인 줄 알았는데 림프종이라고 했다. 신장이 문제가 생겼던 것은 전이가 된 거라고 했다.


가족은 닮는다던데 뭐 같은 걸 닮고 말았네. 헛웃음이 나왔다.


치료가 끝나고 국가유공자를 신청했을 때 가족력이란 이유로 반려당했었다. 내 백혈병과 아빠 림프종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내가 아빠 대신 아픈 것도 아니고 아빠가 나 대신 아픈 것도 아닌데 왜 한데 묶인 걸까. 기분이 나빴다. 성인이 되고 술버릇부터 시작해서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행동 하나하나 아빠를 닮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내부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피는 물보다 강하단 말 그 말이 반려당한 것보다 그게 더 괴로웠다.


라온이는 주사를 맞자마자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다. 동생 말로는 약을 더 먹일까 봐 도망가는 거라 했다. 사람 발걸음으로 한 걸음 남짓이 도피의 전부라니 기가 찼다. 늘어진 채 눈을 감은 라온이에게서 항암 때 곤죽이 된 내 모습이 보였다. 항암 중이냐 물으니 다음 주부터 항암을 받는다고 했다.


아직 항암도 하지 않았는데 저 상태라니 어쩌려고 그러니 라온아.

너는 피도 나누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아픈 거니 라온아.


내 말에 귀찮은 듯 눈만 뜨고는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녀석이라 더 괴로워졌다. 평소 같으면 손을 살짝 물고는 자리를 피했을 거였다. 누워 있는 라온이는 할 필요도 없는 걸 연습하는 기분이었다.


라온이가 우리 가족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족이 아니었다면 닮지 않았을 텐데.



하루가 멀다하고 살이 빠지고 있다고 한다.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뚱냥이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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