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2021-01-19
내게는 세 살 네 살 터울의 여동생 둘이 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아니 정확히 나는 그 둘과 친하지 않다. 어느 시인이 말했지. 자신을 키운 것의 8할은 바람이라고.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골목이었다. 그 아이들을 키운 것은 8할이 집이었다.
저번 주말에 동생들과 처음으로 어린 시절 이야기했다. 막내가 초등학교를 따라왔던 이야기라던가. 집에 돈이 없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던 이야기들 같은 비교적 건전했던 추억이 시작이었다. 기억이 조금 변질되긴 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고 지냈던 터라 나만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수구에 머리를 박힌 채 맞거나 빗자루나 리모컨에 머리가 깨지던 날들이 꿈이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한 적 이 있었다. 불안했다. 내 고통을 기억하는 것은 온전히 나뿐이라 생각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잊어 없던 일이 될까 두려웠다. 잊을 수 없었다. 잊기엔 맞아서 울고 운다고 맞은 내가 너무 불쌍했다. 그런데
동생들도 내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배다른 자식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소형가전제품들이 박살 나던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울음을 들었다. 울음을 참느라 꺽꺽대던 소리를 들었다. 내가 잊어도 없던 일들이 아니었다.
때리다 지친 아빠 뒤에는 어쩔 줄 몰라하던 엄마가 보였다. 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동생들은 방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무서웠다고 한다. 불쌍했다고 한다. 언젠가 나를 위해 먹을 것을 남겨두려다 아빠가 왜 남겨두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첫인상을 나누다 보면 하나같이 지인들은 나를 외동이나 막내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동생들을 지우고 있었다. 동생들이 미웠다. 간식을 남기지 않아 미웠고 나보다 사랑을 더 받아 미웠고 나만 맞아서 미웠고 고통이 시작하는 기억 속에선 항상 증발해 있어 미웠다.
혼자였다. 혼자라 생각했는데 세상의 모서리에서 동생들은 떨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이 떠는 것 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한 동생들을 나는 미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