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매영 Jan 20. 2021

엄마는 너무 유능해서 무능했다.

 엄마는 너무 유능해서 무능했다. 엄마는 우리를 혼자 키웠다. 둘이 해야 하는 일을 혼자 하니 어떤 부분에서 무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같이 해야 하는 사람이 방해꾼이라면 더욱 그렇다. 엄마가 무능해진 부분은 폭력에서 나를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백혈병 속에 나를 혼자 두는 것이었다.

 엄마는 내가 밤새 설사를 하고 구토를 하며 죽어갈 때도 출근했다. 엄마는 출근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출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버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 돈이 없어서 울면서 출근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는 무능한 사람이어서 엄마의 무능함만 알았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어서 외면만 알았다. 열 번의 사랑이 있었지만 한 번의 외면만 알았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에게 이혼을 종용했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들의 입에서였다. 동생들은 엄마가 동네 사람들에게 아빠가 불쌍해서 이혼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분개했다. 아빠는 무능해서 무능했다. 건강조차도 무능했다. 이혼하면 아빠는 고독사 했을 것이다. 지금도 아빠와 엮이는 것만으로도 치를 떨면서 이혼을 하지 않는다. 밥상에 수저를 하나 더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살린다면 좋은 일이겠지. 다만 그 수저로 우리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사랑보다 외로움을 배웠다. 고독사로 죽는다 해도 아빠의 업아닌가? 우리는 엄마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외할머니는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는 할머니 무덤에서 통곡하다 죽었다. 자기가 뭐라고 통곡하다 죽은 걸까. 엄마는 기가 찼다고 했다.  외할아버지도 무능해서 무능했다. 그가 유능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술을 먹고 논밭에 굴러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튼튼한 몸뿐이었다. 그런 몸으로 외할머니를 때렸다. 엄마를 때렸다. 초등학교 다니던 작은 이모들을 가정부로 보내 버렸다.  큰 이모는 도피성 결혼을 했다. 삼촌 말도 없이 상경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온전히 혼자 견뎌야 했다. 견딜 이유가 없었다. 엄마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상경했다고 한다.


 엄마는 서울에 가까울수록 별이 줄어드는 것이 무서웠다. 진짜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첫 직장은 교수댁 가정부였다. 교수 댁은 기존에 엄마가 알던 가족과 달랐다. 서로 애정이 가득했다. 적절하게 유능했다. 무능한 부분은 엄마를 써서 채울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엄마는 엄마가 아는 가족에 교수댁을 덮어 씌웠다. 교수댁에서 영어도 배우고 공부도 배웠다. 나중에는 좋은 남자도 소개해주겠다고도 했다. 집에 없던 미래가 있었다. 돈도 모였다. 작은 이모들과 같이 살 집을 구하고 싶었다. 교수댁처럼은 무리겠지만 동생들과 화목하게 있고 싶었다. 엄마는 유능했고 날이 갈수록 더욱 유능해져 갔다.

 삼촌과 큰 이모가 엄마가 모은 돈을 가져가고 엄마를 양말 공장에 넣기 전까지.


 엄마는 너무 유능해서 무능했다. 엄마는 지금도 우리의 무능함 품으려 한다. 무능한 자리에 우리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교수댁처럼 우리는 화목해질 수 없다. 하지만 시골처럼 가족을 무너트릴 수 없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나는 무능한 사람이어서 엄마가 무능해질 수밖에 없는 세계를 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 내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할 일이 많다. 사랑하는 엄마의 손이 거칠다.


 


 


이전 09화 일탈을 꿈꾸던 내게 냉면은 주제를 알라고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