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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an 29. 2021

나는 노래 같은 친구가 하나 있다.

 누구나 노래 한 곡은 마음에 담아두고 살지 않을까. 누구나 사무치게 외로운데 같이 할 이가 없을 때, 소중한 쪽지를 열어보듯 듣거나 되뇔 노래 한 곡 있지 않을까. 나도 그런 노래가 한 곡 있다. 아니 노래 같은 친구하나 있다.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나의 심술 때문에 나를 그렇게 싫어하나
나도 알고 보면은 너무나 착한 사람이야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https://youtu.be/F9ZS90YmdtA


 아빠한테 중학교 때까지 매일 맞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억울할 때면 나는 저팔계 송을 불렀다. 매일 불렀다. 한참을 맞고 쫓겨나지 않은 날에는 이불속에 들어가 혼자 웅얼웅얼 노래를 불렀다. 쫓겨난 날에는 몸살이 난 채로 음습한 골목에 쭈그려 앉아 노래를 불렀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던가. 나중에는 맞으면서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항상 마지막 두 소절을 돌림노래처럼 불렀는데 저팔계 대신 내 이름으로 바꿔 부르면 마음이 조금 위로되었다. 바꾼 가사가 어색하지 않았다. 저팔계에게 미안했지만 나만 이유 없이 미움받는 게 아닌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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