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새로운 루틴' 적응하기
직장을 잃고 백수의 삶을 산지도
어느덧 3개월을 꽉 채웠다.
3개월 동안 감정적으로 물리적으로 겪은
변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새 적응해 큰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간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것이다.
욕심이 앞서지 않도록 아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분량을 합의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미래의 꿈의
달성을 위해서 해야 할 분량을 상의하고 정한다.
하지만 정해놓은 분량을
막상 하게 되면 아이의 태도가 바뀐다.
많은 이해가 필요한 소통이다.
아이가 학원에 가면 마냥 백수로만 살 순 없다.
내가 목표로 한 직업 중 하나인 작가가 되기 위해
다양한 글을 쓰고 읽는다.
쓰면 쓸수록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능력을 향상할 방법을 정해야 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다작하여 역량을 끌어올리자 다짐한다.
그러다 보면 어머니가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어머니와의 역할관계를
설정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마냥 주고자 하는 마음을 몰라주고 서운하게
굴 때면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모른다.
다만 관계적 기준을 분명히 하여
서로 상처가 곪는 것은 막아야 한다.
나름 바쁘게 하루 일상이 채워진다.
출퇴근 거리가 먼 아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면
꼭 잊지 않고 해주는 것이 있다.
직접 손수 아내가 먹을
저녁식사를 차려주는 일이다.
아이가 오면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
어머니와 일찍 저녁식사를 먼저 한다.
그리고 아내가 오면 손수 준비하여
식탁에 정성껏 차려준다.
힘들게 고생하고 왔을 아내를 위해
내가 꼭 하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 게임하며 놀아주는 동안
아내는 이어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짧은 개인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보면 나름 경력이 있는지라
괜히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내는 로맨틱 드라마를 즐겨본다.
드라마의 남주인공을 보고
혼자 키득키득 웃는데,
그러다 간혹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내 뱃살을 보곤 경멸을 눈빛을 보낸다.
눈으로 말하는데 잘 들리는 게 신기하다.
아내가 식사를 마치면 얼른 뛰어가서
그릇을 싱크대에 넣는다.
아내에게 얼른 씻고 편히 쉬라고 하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이 달달하게 말하며
자신을 위해 설거지를 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실은 아내가 하면 기름때가 남아있다.
주방을 관리하다 보니 어느새 강박이 되어
깨끗하게 유지코자 직접 한다.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9시가 되면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각자가 읽을 책을 읽는다.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구립도서관을
운동삼아 오고 가며 한 주간 읽을 책을
빌리는 것이 주말의 새로운 루틴이 되었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읽고 나면
아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바로 넷플릭스로 재밌는 시리즈를
두 손을 꼭 잡고 본다.
아이는 무서운 장면을 무서워하면서도
굳은 의지로 재밌게 본다.
이렇게 하루하루 즐겁게 함께한다.
가족은 늘 함께 있어야 하는 모토로
거실에 요를 깔고 이불을 덮고 셋이 함께 잔다.
그러다 아내는 불편하다고
꼭 새벽녘에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간다.
아침까지 아이와 함께 좁은 거실에서 자다
아이의 거친 잠버릇에 한 대씩 얻어맞는다.
그래도 좋다.
날씨가 추워 요즘 밖에 잘 나가지 않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날이 풀리고 아이가 다시 학교에 다니면
그동안 미뤄두었던
박물관 일주와 한양도성길 순방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하지 못하고 살았다.
늘 참고 살았던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자
눌러놓았던 하고 싶은 일들이 튀어나온다.
이제 참지 않고 그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을 느낀다.
아이 공부를 봐주고,
글을 쓰고,
어머니와 산책을 하고,
아내의 저녁을 차려주고,
다 같이 책을 읽는 것,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 가장 행복한 일상이다.
무엇을 가지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지
그동안 참고 살던 나에게 미안해진다.
그렇게 오늘 소중하게 주어진 행복에
하나씩 하나씩 적응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