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부자의 격리

by 경자호

결혼식장에서 큰 위험에 노출되다.

회사의 파업과 고부간의 갈등을 무탈하게 넘기는 와중에 이직이라는 큰 사건을 겪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여 처음부터 조직을 세팅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바쁜 나날을 맞이하여 정신없이 보내는 와중에 전에 일하던 직장의 친한 선배가 결혼한다는 연락을 해온다. 하지만 이때는 막 코로나가 발발하여 유행하던 시기로 감염자와 접촉하면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격리가 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친한 선배의 결혼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참석하기로 결정한다. 오랜만에 만난 회사동료들은 도전적인 선택을 한 경제적 성과를 몹시나 궁금해했고 회사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의 위협을 끈끈한 동료애로 극복하며 결혼식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예식장에서 식사는 서로 붙어 앉지 않고 한 칸씩 떨어져서 진행하도록 권고하여 뷔페에서 음식을 가져와 사람들과 한 칸씩 떨어진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이때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6개월 후배가 뒤늦게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곧바로 식당으로 온다. 몸이 좋지 않아 집에 있으려다 워낙 친한 선배 결혼인 데다 나까지 온다고 하니 억지로 나왔단다.


'아프면 집에 있지...' 안 그래도 불안한 시국에 아픈 몸을 이끌고 몸소 나온 후배가 대견하면서도 심란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후배는 굳이 내 옆쪽에 자리를 잡아 식사를 했고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그날의 결혼식 예식은 뜻깊은 게 마무리되었다. 식사를 별 탈 없이 마무리하고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업무들에 치이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다. 당시 영업을 처음부터 직접 수행하며 업무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었던 나로선 오는 전화는 마다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받았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반대편에서 건조한 목소리의 남성이 이야기한다.

"OOO 씨죠? 이번에 ㅁㅁㅁ예식장 참석했었죠? XXX님 옆에 앉으셨고요?"

아뿔싸 뉴스에서만 보던 감염자와 접촉한 것이다. 잔뜩 겁이 나 이야기한다.

"네, 제가 옆에 앉았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요?"

"금번 XXX 씨가 코로나 양성으로 판정이 나서 식당에서 옆쪽에 앉았던 사람들은 전부 격리가 필요합니다."

눈앞이 캄캄하다. 쌓여있는 업무는 어쩌란 말인가.

"지금 하던 업무가 많은데... 증상이 없는데 무조건 격리인가요?"

"네, 지금부터 2주간 격리되시고 저희 쪽에서 구호용품 보내드리니 주소 말씀 주시고 바로 누구와도 접촉되지 않게 격리에 들어가 주세요."


어떠한 예외도 없이 격리가 결정되었다. 업무가 잔뜩 남아있다는 걱정과 함께 진짜 코로나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살고 있던 집이 방 하나, 거실 하나로 격리될 환경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데다 이제 막 3살이 된 아이가 있어 격리장소로 적합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아내와 어머니와 전화로 상의하면서 결국 어머니의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어머니의 집에 2주간 격리되다.

어머니의 집은 당시 큰 방 하나에 골방 하나로 이루어진 우리 집 보다 더 좁은 집이었다. 그 좁은 곳에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었다. 본래 나와 아내가 신혼살림을 처음 했던 집인데 아이가 생기며 집이 너무 좁아 어머니가 사는 집과 맞바꾼 것이다. 당시 동생이 지방에서 근무 중이어서 했던 결정이지만 맞바꿈과 동시에 동생이 서울근무의 직장에 최종합격하며 골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나이가 있으신 어머니와의 접촉도 절대 조심해야 했기에 격리장소가 골방으로 확정되었다. 동생과 어머니가 큰 방 하나에서 같이 생활하고 2주간 골방에 갇혀 격리 생활을 시작한다. 급하게 격리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우선 회사에서 나와 바로 어머니 집의 골방으로 들어가고 아내가 퇴근 후 간단한 짐을 꾸려 골방으로 전달한다. 그렇게 어머니와 동생과 얇은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2주간의 동거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불안과 걱정이 많다. 코로나 시기 극도로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이 어린 아기까지 있는 마당에 결혼식을 참석한 것이 화가 난 모양이다. 골방은 약 1평 정도 되는 정말 작은 공간이었고 실제로 집을 샀을 때 공간을 구분하는 문이 없어 당시 인테리어를 하면서 문을 설치했다. 도저히 여닫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아 미닫이 문을 얇게 만들어 간신히 공간만 분리해 두었다. 그나마도 옷방으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맞은 편의 부엌의 음식냄새가 배지 않을 정도로만 기획하여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골방 앞에 앉아 맞은편 문 넘어 누워있던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가 어린놈이 결혼식을 왜가? 결혼식을... 정신이 있는 거야?"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이럴 줄 몰랐지... 아프다고 해서 불안했는데 그 후배는 아픈데 왜 온 거야 진짜..."

어머니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게 네가 조심했어야지,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결혼식을 가?"

"어우 알았어, 이럴 줄 몰랐지 앞으로 조심할게"

결코 멈추지 않고 어머니는 잔소리를 쏟아낸다.

"이미 벌어지고 조심하면 어떻게 해, 결혼식을 왜가?"

"아니 엄마 이미 갔잖아,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 해. 앞으로 조심할게"

"아니 그러니까 결혼식을 왜 가냐고?"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아오는 말에 짜증을 낸다.

"엄마 이미 간 건 어쩔 수 없으니 그만 얘기해"

어머니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지금 애도 어린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결혼식을 왜가?"


"으아~~~"


몸도 돌리기도 힘든 좁은 골방에 갇혀 심심할만하면 찾아와 "결혼식을 왜가?"라는 네버엔딩 잔소리를 들으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한다. 2주 내내 "결혼식을 왜가?"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결코 앞으로 누구의 결혼식도 가지 않으리라는 이상한 다짐을 한다.


골방에서 2주의 격리를 버티다.

골방 앞에는 시도 때도 없이 앉아서 어머니가 결혼식을 도대체 왜 간 것인지 질문이 아닌 원망을 쏟아내고 골방 안 몸을 돌아눕기도 힘든 비좁은 장소에서 왼쪽 오른쪽 몸을 돌리며 간신히 종기가 나지 않게 몸을 움직여 준다. 천만다행인 건 동생이 골방에 살며 발 밑에 나무를 덧대 만든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업무시간에는 전화로 일을 하고 일과시간이 끝나면 동생의 컴퓨터로 넷플릭스에 100화짜리 삼국지를 1화부터 시청하며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동생이 회사가 끝나고 돌아와 원망을 쏟아낸다.


가뜩이나 형의 계략으로 멀쩡한 집을 놔두고 좁은 집으로 쫓겨나 그것도 골방하나에 간신히 몸을 의탁하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형의 격리로 빼앗겨 어머니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으니 이 상황을 만든 형이 원망스러울 것이었다. 그래도 동생은 이 상황을 유머스럽게 받아들이고 형을 놀리는 일에 집중한다. 아침과 낮에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저녁엔 동생의 조롱을 들으며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해 쌓이는 피로를 맞으며 하루하루 지쳐간다. 이때 한줄기의 빛처럼 아내의 위로의 전화가 걸려온다.


"몸은 좀 어때?"

아내의 걱정이 반가워 기쁜 목소리로 얘기한다.

"어 전혀 아무렇지 않아"

"먹을 건 잘 챙겨 먹고 있어?"

"어 엄마가 매일 아침, 점심, 저녁밥 챙겨주지 잘 먹고 있어."

걱정이 좀 풀렸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며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애도 어린데 지금 독박육아야?"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변화에 죄인모드로 이야기한다.

"미안... 이럴 줄 몰랐어... 다신 결혼식 안 갈게"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그동안 힘들었나 보다.

"하튼 빨리나 오기만 해, 또 이런 일 있음 가만히 안 둬"

"그럼 그럼 나가서 내가 다 볼게 미안해"


겨우겨우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무엇하나 편할 일 없는 2주간의 고역이다. 백신이 나오기 전 초반 가장 위험할 때의 상황에 덧붙여 집안 특유의 과잉불안으로 인해 어머니와 동생은 정말 2주 내 단 한 번도 골방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곤욕은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골방 안에서 큰소리로 화장실을 간다고 선포해야 한다. 그러면 어머니와 동생은 큰 방의 문을 닫는다. 그렇게 입장허가를 받으면 마스크를 끼고 비닐장갑을 끼고 골방을 나와 화장실에 들어간다. 재빠르게 일을 보고 골방으로 돌아가 복귀사실을 보고하면 안방의 문이 열리고 화장실 대청소가 시작된다. 빠르면 30분 대부분 1시간 동안 청소가 이어진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절대 옮으면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이렇게 전체 청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편하게 일을 보라고 하는데 도통 편하지가 않다. 굉장히 불편하다. 마음이 불안하니 더 자주 가고 싶어진다. 그때마다 가고 나면 1시간의 대청소가 반복된다. 불효자가 된 것 같다.


격리가 10일을 넘어가는 동안 아무 증상도 없다. 골방에 갇혀 어머니와 동생에게 이 정도면 문제없는 것 같은데 이제 좀 집안에서 편하게 돌아다닐 수는 없는지 물어본다. 10일간 한 평짜리 골방에 갇혀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더니 온몸의 관절이 고장 난 거 같아 간절하게 간청했다. 하지만 인생이 FM인 그 둘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너무 정신적으로 피폐해서 그러니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제안한다. 골방에서 나가지 않을 테니 안주랑 술을 넣어달라고 한다. 어머니가 마라탕에 소주 한 병을 방 앞에 두고 신호하자 조용히 가지고 들어간다. 컴퓨터가 올려진 상 앞쪽에 마라탕과 소주를 두고 쪼그리고 앉아 페이스톡으로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은 큰 방에서 안주와 소주를 두고 전화를 받는다. 그렇게 온라인 술자리가 마련된다.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며 근황을 묻고 소주 한 잔을 들이켠 후 마라탕 한 점을 입에 넣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결국 그날의 술자리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남은 격리기간을 버틴다. 그동안 삼국지 100부를 전부 시청하며 길고 긴 여정을 끝낸다. 결국 14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건강한 격리 후 진짜 질병이 찾아오다.

14일 만에 처음으로 밖으로 나가는 격리 종료일 아침까지 엄마는 골방에 앉아 잔소리를 시전 중이다. 이제 다시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는 말과 아이가 어리니 아이 생각부터 하라는 똑같은 소리를 14일째 들으며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한 평짜리 방에서 돌아누울 수 없어 14일 동안의 잔소리는 온전히 내 왼쪽 귀가 받아내야만 했다. 자유다. 드디어 어머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자유감과 그동안 보지 못한 아내와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어 부리나케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집에서 도보로 7분 정도 떨어진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걷는다. 이때 똑바로 걷고 있다는 느낌으로 문제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넘어지려고 한다. 잠깐 멈춰 서서 신호등 기둥을 잡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다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기울어진다. 코로나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큰 병이라도 난 것 같아 겁이 나기 시작한다.


무서운 마음에 비틀대며 기둥을 잡아가며 조심조심 병원으로 향한다. 무슨 병인지 몰라 우선 이비인후과를 찾아간다. 거기서 진단된 병명은 이석증이었다.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잔소리를 받아낸 왼쪽귀에 병이 왔다는 것이다. 2주간 끊임없이 잔소리를 받아 낸 것이 원인이 아닌지 의사에게 묻는다. 신기한 게 왼쪽이 그렇다는 게 그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의사는 다양한 원인이 있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한 가지 덧붙인다. 스트레스가 큰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망가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대만이의 얼굴을 보니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는 것 같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속에 서있기 버거워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이석증은 말끔히 낫는다. 이번 격리를 통해서 코로나의 무서움을 심히 깨닫고 다시는 어머니 집에서 격리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남편은 그동안 독박육아를 하며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며 미안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오래간만에 마주쳐 기쁜지 아이는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틋한 시간도 잠시... 철없는 남편과 아내는 놀기 좋아하는 본성을 어쩌지 못하고 날 새는 줄 모르고 놀다가 큰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