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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17. 2019

17.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상황 판단)

3부 판단 단계의 합리성 검증하기

지난 편 - 16.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상황 판단) 2부


판단 단계의 합리성 검증하기


 누구나 머릿속에는 엉터리 재판관이 있다. 그의 판단 기준은 제멋대로다. 그는 아무거나 붙잡고 쉴 새 없이 판결을 내린다. 끊임없이 불완전함을 찾고 해결하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엉터리 재판관을 바로잡아 보자.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마다 어떤 판단 기준이 쓰였는지 살펴보라. 판단 기준을 바로잡는다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인드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하자. 마인드 프로그램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5단계는 다음과 같다.


판단 단계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5단계 <지키겠습니다, 마음>


 첫 번째로 자신과 관계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물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좋은 자세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는 사업의 전략이나 회사의 사회 공헌 정책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스스로를 소모할 뿐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한 박자 쉬고 다시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면 될 일이다.

 자신과는 관계도 없는 잡다한 가십거리에 마음이 자꾸 쏠린다면 삶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다. 삶의 속도를 조금만 올려보자. 자전거도 너무 느리면 옆으로 비틀대다가 결국 쓰러지고 만다. 입사할 때 마냥 좋기만 했던 회사와 동료의 단점이 날이 갈수록 눈에 크게 들어온다면,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사소한 것이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몰입해보자. 자전거를 타다 주변의 돌부리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 돌부리를 계속 보고 있으면 넘어져 돌부리에 찍힐 것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얼른 시선으로 돌려 페달을 몇 번만 힘차게 밟아보자. 그럼 당신의 자전거는 다시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문제인지이다. 불합리한 업무 지시를 받은 B대리의 사례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자신이 당장 바꿀 수 없는 경우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 감정만 소모할 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만 취하면 된다. (13. 내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편의 B 대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B대리: (숨을 몰아쉬며) 너무 화가 나는데, 한편으로는 무기력해요.

상담사: 왜 화가 나고 무기력하다고 느꼈나요?

B대리: 제가 하는 일이라곤 매일 의미 없는 일만 반복하는 거예요.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도 없어요. 게다가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상담사: 왜 보람을 찾을 수 없고, 상황을 바꿀 수도 없다고 느꼈나요?

B대리: 오늘도 메일을 받았어요. 그건 불필요한 관행적인 업무였어요. 아무리 관리팀에 개선해달라고 건의해도 소용없었어요. 그들은 그 업무를 지시한 임원에게 말 한마디 뻥끗하지 않는 걸요. 실무부서를 압박하면 보고서는 만들어질 테니, 굳이 임원 눈 밖에 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러니 제가 아무리 하소연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요.



 B대리와 같은 경우라면, 유관 부서와 상사에게 그때그때 불합리한 점을 보고하자. 마음에 응어리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묻어둔 응어리는 언제든지 다시 떠올라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이 합리적인지이다.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지 확인하자. 주변 동료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인지, 홧김에 실수한 것인지.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고장 난 자동판매기와 같다. 커피를 눌러도 찌그러진 캔이 나오고, 주스를 눌러도 찌그러진 캔이 나오는 식이다. 뭘 눌러도 찌그러진 캔이 나온다.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충고해 주자. 서로 충고를 주고받으며 마인드 프로그램을 잘 다듬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관심을 끊어버리면 될 뿐, 고치겠다고 덤벼들 필요는 없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의 기자와 인터뷰한 배우 모건 프리먼처럼 말이다.


기 자: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Negro; 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프리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기 자: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먼: 만약 내가 당신에게 ‘바보 독일 암소’라고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기 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프리먼: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기 자: 난 관심이 없으니까요.

프리먼: 나도 똑같습니다.

기 자: 그건 일종의 눈속임 아닌가요?

프리먼: 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관심을 끊어버림으로써 문제를 갖고 있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


 왜곡된 자동적 사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류의 유형을 알고 있으면, 자신이나 상대방이 저지르는 오류를 쉽게 파악하고 벗어날 수 있다.


1. 전부 아니면 전무의 사고(all-or-nothing thinking): 연속적 개념보다는 오직 두 가지의 범주로 나눈다.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


2. 재앙화(catastrophizing):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어떤 다른 고려도 없이 부정적으로 예상한다.

 “영업 실적이 나쁘니 난 해고당할 거야.”


3. 장점 깎아내리기(disqualifying the positive): 자신이 성취한 것이 있어도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어쩌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4. 감정적 추론(emotional reasoning):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곧 사실이라고 믿는다.

 “내 느낌에 오싹하고 좋지 않은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5. 명명하기(labeling):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고정된 이름을 붙인다.

 “나는 바보야.”

 “그는 인생의 실패자야.”


6. 과장/축소(magnification/minimization):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긍정적인 면을 최소화한다.

 “팀 프로젝트를 완전히 망쳤어. 이제 회사 사람들이 모두 날 원망할 거야”

 “우리 애가 어쩌다 한 번 실수로 때린 거지, 매번 그러지는 않아요.”


7. 정신적 여과(mental filtering): 좋지 않은 것만 집중해서 바라보고 생각한다.

 “(시험에서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한 과목에서 낮은 점수는 내가 엉망이란 뜻이야.”


8. 독심술(Mind reading):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충분한 증거도 없이 지레짐작한다.

 “넌 지금 날 바보라고 생각하지?”


9. 지나친 일반화(overgeneralization): 한 번 일어난 일을 마치 ‘항상’ 그럴 것이라고 확대 해석한다.

 “난 하는 일마다 안 돼.”


10. 자기 탓(personalization): 어떤 상황에서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저 사람 저러는 게 나 때문이지?”


11. 당위 진술(should statement):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적 사고.

 “성공하려면 꼭 명문대에 가야 해.”


12. 터널 시야(tunnel vision): 어떤 상황의 부정적인 면만을 본다.

 “아들의 담임선생은 올바로 하는 것이 없어. 비판적이며 무감각하고 형편없이 가르쳐.”


13. 만약 그러면 어떻게 하지(what if):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만약 그러면 어떻게 하지?”란 질문을 끝없이 한다.


14. 만약 그랬더라면(only if): 과거에 했어야 하는 것만 생각하며 지난 일에 집착한다.

 “그때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지 왜곡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인지 왜곡이 발생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2가지의 ‘약’ 때문인데, 바로 ‘비약(飛躍)’과 ‘생략(省略)’이다. 인간은 빨리 판단을 내리고 싶어 한다. 사실이 아닌 원하는 결론으로 비약한다. 변수가 많으면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변수는 생략한다. 즉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기 때

문에 인지 왜곡이 발생한다.

 어느 누구도 비약과 생략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는 근육을 움직이는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농구 선수라도 3점 슛 성공률 50퍼센트를 넘기기 힘들다. 아무리 훈련해도 근육을 정확히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인 생각을 어떻게 완전히 조절할 수 있겠는가. 단지 실생활에 지장 없을 정도로만 다듬을 뿐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잘못을 지적하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을 바르게 고치고 거짓말이라면 무시하라.

_에픽테토스


 네 번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했는 가이다. 노예 출신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다리를 절었다. 주인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노예였기에 수많은 고초를 겪었음이 분명하다. 수많은 고초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훌륭한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불합리한 지적을 마음에 담지 않아 원망을 키우지 않았고, 올바른 지적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당신에 대한 지적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제 당신을 고칠 차례다. 단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구체적인 사실만 고치자.  (13. 내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편의 A사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오전>

A사원이 보고서를 제출한다.

과장: 야! 입사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보고서가 이따위야? 내가 저번에 말했지? 제대로 좀 써!

A사원: 네….


<오후>

상담실의 문이 열리고, 우울한 표정의 A사원이 들어온다.

A사원: 너무 슬프고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상담사: 왜 슬프고 불안하다고 느꼈나요?

A사원: 저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능력이 모자라서 슬퍼요. 동료들은 저마다의 몫을 잘 해내고 있는데, 저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이런 능력으로는 앞으로 직장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해요.

상담사: 어떤 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됐나요?

A사원: 보고서 때문에 과장님께 혼났어요. 지난번에도 혼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A사원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대부분 A사원처럼 혼난 경험이 있었고, 심지어 더 혼난 동료도 있었다. 즉 A사원은 특별히 무능하지 않았다. A사원은 자신에 대해 추상적으로 ‘능력이 부족하다’ 고만 판단했다. 혼났다면 자신에 대해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 능력을 보완하면 될 일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에서는 두괄식 표현이나 맞춤법, 문장 길이 등의 구체적이고 객관

적인 지표를 판단하고 개선하면 된다.


 다섯 번째는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적용되었는가다. B대리는 불합리한 회사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판단 기준이 상황에 비해 너무 이상적이다. 이 세상에 불합리가 없는 회사는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불합리가 생기고, 기존의 불합리는 해결되는 식이다. 회사란 곳은 불완전한 인간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불합리가 빨리 개선되지 않는다고 분개해봤자 자신의 감정만 소모할 뿐이다.

 A사원 역시 판단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다. 칭찬만 받고 질책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직책이 올라간다고 해도 질책을 피할 방법은 없다. 오히려 간부가 되고 임원이 될수록 더 따끔한 질책을 받는 다. 당신 또한 판단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지 냉정히 짚어볼 일이다.



다음 편 - 17.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상황 판단) 4부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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