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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ug 07. 2017

나쁜 감정을 씻어내는 법


'훗날 반드시 복수하고 말 테다.' 

'내가 당한 만큼 되갚아 줄 거야.' 


살면서 한 번쯤은 비참한 경험을 마주합니다. 

자신을 비참하게 한 상대방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훗날에 복수하기로 다짐하는 것,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죠. 


저는 비참함을 느낄 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선택하려 노력합니다. 

주로 '하늘'을 선택합니다. 



저의 상상에 함께하실래요? 


고개를 들어 보세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혼의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마치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풀려, 

제가 원래 있었던 하늘로 돌아가듯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에 산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습니다. 

산에 닿도록 저를 뻗어 등을 기대고 산등성이에 팔을 걸칩니다. 

그리곤 고개를 뒤로 젖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쉽니다. 

마치 실외 온천에서 반쯤은 누워 상쾌한 공기를 마시듯이.   



몇 번의 심호흡 후에는 구름 끄트머리를 기어올라, 

구름의 끝에 걸터앉아 하늘을 봅니다. 


서서히 본래의 제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그 어떤 새보다 더 높이 더 자유롭게, 

그 어떤 영혼보다 더 가볍게 더 크게. 



석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부드러운 천에 수놓아진 이번 생의 추억에 손을 스칩니다. 


이윽고 밤이 한 걸음씩 다가오면, 

도시의 가로등이 켜지듯 하늘에도 가로등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길래, 

이 가로등들은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고 있을까요? 


한없이 큰 막막한 물음에 문득 따뜻한 품이 그리워집니다. 

달님에게 달려가 안겨 봅니다. 

한없이 푸근한 달의 품속에서 차갑게 식었던 심장은 온기를 얻습니다. 


심장의 허기를 달래자, 다시 답을 구하려 별을 바라봅니다. 

별님이 내려준 빛의 사다리를 타고 무한의 가속도로 도약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크고 작음의 분별도, 길고 짧음의 분별도 없는 세계로 진입합니다. 



달님도 별님도 우주 공간을 가득 울리는 고요함으로 대답합니다. 

"우리가 너이고, 너가 우리야.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의 우주이지. 

 우리의 형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네가 알고 있던 자아 또한 잠시 머물다 흩어지는 형상에 불과하지." 


오랫동안 잊었던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는 이름 석자를 지닌 사람이기 이전에 우주이며, 

지금도 여전히 우주와 호흡을 주고받는 우주의 일부라고. 


착각으로 빚어진 자아를 내려놓은 연후에야,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래 나는 우주였어. 

#지키겠습니다마음 #김종달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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