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여의 문제는 혼밥 1편

혼자라도 분위기는 포기 못 해 - 댕댕이와 함께

by 셈프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 것이다. 여행지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맛집에라도 갈라치면 1인분 주문이 참 눈치 보이는 일이며 때로는 1인분 자체를 거부당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는 차마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상황 끝에 맛집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조금은 민망해지기 마련인 것이 혼밥이다. 거기에 강아지까지 동반한다면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은 아예 생각도 안 하는 게 맘 편하다. 그래서 늘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게 음미하는 음식이 아닌 배 채우기 음식을 시도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분위기는 음식이 한 몫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혼밥이 어색하지 않게 그지역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는 건 일본 여행이 최고이지 싶어서 그 이야기는 2편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혼자이지만 분위기는 포기할 수 없었던' 이번 통영 여행 이야기를 할까 한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았던 통영 동피랑의 꼭대기에서 만난 <버거싶다>는 그런 의미에서 나름 분위기가 좋았다. 꼭 강아지와 함께가 아니었어도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음식이 꽤나 분위기가 있었을 듯하다. 수제 버거집이었는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주인은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다. 물론 코코가 꽤나 얌전해 보였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맘껏 산책을 했던 코코도 꽤나 신이 나 있었고 롱드라이브에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느라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던 나도 예쁘게 차려주신 크라상 버거를 참 맛있게 먹었다. 벽화마을답게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강쥐와의 첫 여행 식사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크게 관광을 목적으로 했던 여행도 아니었고 동피랑도 코코 산책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저 떠나는 것이 좋은 것이었으니 곧장 코코를 위해 선택했던 애견 동반 펜션으로 향했다. 숙소는 작은 항구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한적한 분위기가 힐링여행을 하기에 딱 좋았다. 작은 항구를 산책하는 것도, 숙소 주변의 숲길을 산책하는 것도 코코와 나 모두에게 참 소소한 행복이었다.

가는 길에 미수항에 들러 참돔을 한 마리 회를 떠서 가기로 했다. 저녁은 제대로 먹어야겠는데 어차피 코코를 데리고는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코코는 침대에서 열심히 간식을 먹고 난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곁들여서 그야말로 힐링이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맥주 한잔에 꽤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 밤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코코랑 누워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코코의 온기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참 감사한 친구다. 조금은 쓸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나의 혼여가 온전하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코코와의 이번 여행에 화룡점정은 바로 조식 타임. 코코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밤새 내린 비로 온 세상이 신선한 공기로 가득했다. 주인이 직접 구운 빵에 요거트가 곁들여진 조식, 거기에 코코를 위한 간식까지! 참으로 완벽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원했던 힐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혼여를 즐기는 사람이다. 원래 그것을 좋아했는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늘 나는 그 여행들에서 답을 찾았고 행복했고 다음을 기다렸으니 분명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찾은 맛집에서 혼자 먹는 음식은 맛이 없을 때도 있었고 때로는 용기가 없어서 때우기 식의 식사로 넘어간 적도 있다. 혼여의 혼밥은 늘 문제였다. 그래서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이번 혼여는 조금 달랐다. 강아지도 동행이라고 한다면 정확히 말해 혼여라기보다는 강아지 동반 여행이 맞겠지만 어쨌든 코코와의 첫 여행이었고,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은 여행이었고, 꽤나 호흡이 잘 맞는 여행이었다. 맨날 먹는 버거면 어떻고, 숙소에서 혼자 차려먹는 회 한 접시면 어떠랴. 나의 폐 속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 밤새워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 몇 년 전 그 암울했던 시기의 통영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저 멍 때리고 앉아있는 시간, 그 모든 것이 의미이며 힐링이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좋았고 다시 돌아올 집이 있으니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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