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불완전하고 적당히 완전하다

감각과 무감각의 적당한 밸런스일지도

by 셈프레

"가끔 아침에 차가운 맥주를 마셔 본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90%의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 중독자야?"라고 말한다. 나머지 10% 중에서 0.9%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한 눈빛만으로 "넌 중독자야"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나머지 0.1%는 "그 느낌 알지"라는듯 빙그레 웃는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낯 선 여행지에서의 일정이 내내 즐겁고 설레었던 날, 어쩌다 호사라고 누려 본 특급호텔에서의 라운지 바를 떠나기 못 내 아쉬운 날. 고즈넉한 시골 한옥에서 바라본 쓸쓸한 달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던 날. 그리고 완전인지 불완전인지 모를 삶이 그저 또 흐르고 있다고 느껴지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지나가는 풍경에 멍을 때려도 좋을 것 같은 날. 내가 온전하게 자유라고 느껴지는 날.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것 같은 그런 날엔 가끔 눈을 뜨자마자 아주 차가운 맥주가 땡긴다. 취하지 않게 좋을 딱 서너 모금.


완전한 삶에는 아침에 맥주가 생각난다는 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불완전한 삶엔 가끔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중독자라는 건 아니야. 밤에 마시는 맥주는 괜찮고 아침에 마시는 건 중독이라고 한다면 너무 편협한 게 아닐까? 어쩌면 불완전하기에 자유로운 걸지도 몰라. 아침에 마시는 맥주는 완전한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유로운 삶에는 더 가깝다는 표현이 아닐까? 하지만 아침에 마시는 맥주는 그걸 우려하는 수많은 눈이 없다는 뜻이니 자유롭긴 하겠지만 혼자라는 뜻이고 누군가의 관심이 없다는 뜻이니 정말 중독이 된다면 곤란하겠지.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풍경의 움직임과 적당히 괴롭히는 코코의 관심과 그리고 적당히 어지럽혀진 공간. 적당히 해야 할 일과 적당히 게을러도 크게 문제없을 일. 그림을 그리든 청소를 하든 책을 읽든 누구 하나 잔소리가 없을 적당히 루즈한 스케줄과 시간들. 그렇게 완전한 자유와 불완전한 고립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무감각한 신경 줄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살아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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