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집 안이 X밭이 되었다!

[노견 방구와 푸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by 두부두애

"여보... 집에... 글쎄... 후..."

노견 방구와 푸돌이를 무사히 재우고 오랜만에 외출한 아내는 수화기 너머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무슨 일이 났나 걱정했던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내가 왜 식겁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뜨악'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금악을 금치 못해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매트에 강아지 특유의 귀여운 발자국이 찐한 갈색 모양으로 여기저기 나있었다. 순화해서 표현했지만 소위 말해 강아지들의 똥발자국이었다. 좌우로 고개를 둘러보니 매트뿐만 아니라 방구와 푸돌이가 발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똥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심지어는 방구와 푸돌이의 잠자리인 이불과 쿠션에도 범벅이었다. 오. 마이. 갓!


아내는 외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에 설치한 애견용 CCTV를 통해 이 사태를 미리 확인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똥밭을 치워야 하는 사람이 아내가 아니라 나였기 때문에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었다.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남편에게 무거운 짐을 맡긴 것 같아 속상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별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치우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 이 일을 겪었을 때는 쪼끔, 아니 조금 많이 당황했다. 또 싫은 것도 사실이었다. 더럽고 성가시고 피곤했으니깐 말이다.


가방을 저 멀리 집어던지며 입던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 탁자에 담겨있던 전해수를 꺼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휴지를 집어 들었다. 주저앉아 차근차근 치우리라 다짐했던 순간, 인기척을 느낀 푸돌이와 방구가 꼬리를 올리고 살랑살랑 흔들면서 내게 다가왔다.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이었다. 그들과 달리 나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야속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를 쳐다보는 푸돌이와 방구의 눈빛보다 그들의 발에 송송 껴있는 X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방구와 푸돌이는 응아를 밟고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심지어 푸돌이는 발에 무언가 불편한 게 끼였다고 느꼈는지 흥분해서 폴짝폴짝 엄청 뛰어다녔다. 18살 노견인 푸돌이가 어찌나 그렇게 잘 뛰던지 이 녀석이 노견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뛰어다녔다. 안 그래도 멘붕이 와있던 내게 푸돌이의 뜀박질은 화를 돋우기 충분했는데, 치워온 자리에 그대로 다시 X발자국을 남겼기 때문이다. 뛰어 댕기는 푸돌이를 멈추게 하려 손을 푸돌이에게 뻗으면 요리조리 피해 달아났다. 게다가 혼자 방구와 푸돌이 두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뛰어 댕기던 푸돌이, 18살 노견 맞니 너?

"이...!!! 개ㅅ... 아니 강아지 시끼들!!!!"

약간의 짜증과 분노가 순간적으로 올라와 푸돌이에게 욕할 뻔했다. 물론 잘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나중에 집에 들어온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내 모습이 상상되었는지 깔깔 웃었다. 그러고는 사랑으로 대해줘야 한다고 나를 타일러주었다. 아니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때는... 너무 속이 터졌다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뒤쪽 다리에 힘이 없는 방구는 응아를 하다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비틀비틀거리다 응아를 밟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방구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건지 계속 번져나가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애들 일단 막아" 나는 서둘러 강아지 펜스를 안쪽에 둘러치고 푸돌이와 방구를 가뒀다. 그 둘은 왜 가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는데, 순수한 이들의 모습에 방금까지 화를 낸 것이 미안해졌다. 하기야 이 아이들이 무슨 잘못 있을까 그냥 응아를 했을 뿐인데...


'칙, 칙, 슥삭 슥삭' 전해수를 뿌리고 휴지로 닦고 그렇게 한 발자국 지우고, 또 '칙, 칙, 슥삭 슥삭' 옆으로 가서 한 발자국 지웠다. 허리를 굽히고 흩어진 자국을 쫓아 걸레질하는 나는 스스로 허탈해서 '허허 하하'하고 웃고 말았다. 강아지랑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이마에 맺힌 땀이 송골송골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렇게 한 칸, 한 칸 밀고 닦고 쓰레기통에 버리며 10차례 넘게 반복하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조그만 더 가면 아이들을 가둬 놓은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 정리될 때쯤 보니 푸도리도 지쳐서 엎어져있고 방구 역시 누워 있었다.

이제서 보니 푸돌이와 방구가 얼마나 갑갑했을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털과 발톱 사이에 응아가 껴있으니 불편할만했겠거니 싶었다. 발을 닦아주는 와중에도 계속 도망치려 하는 푸돌이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발을 깨끗하게 해 주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고생한 나를 먼저 안아주었다. 그리고 방구와 푸돌이에게 달려가 너네도 힘들었을 것 같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뽀뽀해주었다. 방구와 푸돌이부터 안아줬으면 서운할 뻔했는데 다행히 나부터 안아주었다. 참 나도 유치하다. 하하


아내는 이내 바닥을 다시 한번 닦고 아이들을 목욕시켰다. 그리고 더러워진 이불과 베개도 세탁기에 넣었다. '이렇게 대청소를 하게 되는구나' 아내는 이렇게 개육아가 힘들다며 나도 이제 공감하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나는 고개를 3~4번 끄덕이며 Yes를 반복했다.


그래도 아내는 푸구(푸돌이와 방구의 줄임말, 애칭)는 잘못이 없으니 얘들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나도 당연히 얘네들을 미워하진 않지... 뒷머리를 긁으며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곤히 잠든 방구와 곁을 지키는 아내

자기 전에 누워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당황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해결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푸구가 정말 전혀 1도 밉지 않았다. 물론 아내를 만나기 전의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 짜증부터 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만으로도 내가 이들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에휴... 그래 맞아. 얘들이 무슨 잘못이야. 그냥 응아 싸고 돌아다닌 것뿐인데... 그래 차라리 잘 먹고 잘 싸는 게 낫지!! 다만 다음에는 두애랑 같이 있을 때 그러면 안될까? 솔직히 혼자는 너무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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