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호구 아내는 척척 만물박사

[노견 방구의 엉덩이 보호대, 궁둥이 마스크 : 궁스크]

by 두부두애

사람 나이로 120살 이상의 어르신으로 추정되는 19살 노견 방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다리에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앞쪽 다리에 비해 뒤쪽 다리가 유독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몇 주전 응급실에서 고비를 넘긴 이후로 더 심해졌다. 다리에 힘이 없어 엉덩방아 찧듯이 '철푸덕'하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독한 뇌종양 약을 먹거나, 잠을 자다가 막 깨어난 경우에는 그 증상이 더 심해지곤 했다.


다리가 불편해 비틀비틀거리며 잘 걷지 못하는 방구는 엎어지더라도 끝까지 걸었는데 앞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면서 엉덩이를 질질 끌며 걸었다. 걸었다기보다는 기어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까? 그 때문인지 엉덩이가 빨개져 다 헐어있었다. 아무리 부드러운 바닥일지라도 엉덩이가 계속 쓸리니 그럴만했다.

'철푸덕'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 방구

"방구야, 뒷다리에 힘도 없는 데 이제 그만 걷자~~ 어때?"

신경 증상의 일환인지 자기 고집인지... 방구는 아내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운 아내는 허리를 90도 이상 굽혀 방구의 몸통을 부드럽게 손으로 부축해주어 방구가 편히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허리를 굽혀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사실 나는 방구보다 아내가 더 걱정되었다. '방구야... 그만 좀 걸으면 안 되겠니... 두애(아내의 애칭)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아내의 힘든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방구가 야속했다. 방구가 무슨 잘못이겠냐만서도 강아지보다 아내가 먼저인 것이 남편의 마음이었다. 정작 아내는 본인보다 방구의 엉덩이가 더 헐까 봐 그래서 또 아파할까 봐 그것만이 염려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차마 아내를 말릴 수도 없었다. 방구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내 눈에 고스란히 보였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방구에게도 아무 말하지 않고 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사실 방구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우리 부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를 거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엔 내가 나섰다. 와이프처럼 똑같이 허리를 숙이고 방구를 부축해주었는데, 거실 한 바퀴 도는 데도 숨이 찼다. 허리를 숙인 채로 강아지 보폭에 맞춰 사람 발걸음으로 걷는다는 게 무척 힘들다는 것을 달았다.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와이프를 쳐다보았다.

매일 같이 수시로 엉덩이 연고를 발라주지만 빨간 엉덩이가 쉽게 낫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속이 끓었다.
'사람이 없을 때, 저렇게 엉덩이를 질질 끌면 어쩌지?'
와이프는 한동안 방구를 계속 쳐다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마스크가 보관돼있는 상자를 꺼내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내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래 와이프는 이렇게 꾀를 내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능한 편인데, 갑자기 마스크라니? 대체 어떻게 이용할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내는 가위를 들어 마스크의 가운데 부분을 조금 자르더니 방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엉덩이에 마스크를 씌웠다. 마스크의 가운데 부분을 뚫어서 꼬리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누워서 무슨 생각하니 방구야? (1차 궁스크 모습)

"오 대박!! 마스크가 아니라 엉스크네? 엉덩이 마스크"

나는 탄성을 자아내며 아내의 아이디어에 손뼉 쳤다. 엉스크는 어감이 이상하다는 아내는 조금 귀엽게 궁둥이 마스크라고 이름 붙이자하여, 우리 부부는 방구의 첫 엉덩이 마스크 이름을 '궁스크'라고 붙여줬다. 궁스크는 마스크 양쪽 고리가 방구 다리에 매달려있어 쉽게 떨어지지도 않아 꽤 유용했다.


그러나... 궁스크에게도 단점이 있었으니... 방구가 응아를 하게 되면, 응아가 마스크에 덕지덕지 묻는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몇 시간에 한 번씩 궁스크를 만들고 갈아주기를 반복해줘야 했다. 기저귀만큼 자주 갈아줘야 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또 엎드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 마스크가 다리로 스멀스멀 내려와 궁스크의 역할을 못해줄 적이 있어 고민이었다.


이내 아내는 언제 구해왔는지 반창고를 이용해 방구의 엉덩이를 밀착 보호해주는 나름 발전된 형태의 2차 궁스크(?)를 만들었다. 더 이상 마스크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궁스크라는 이름이 방구와 잘 어울려 내가 임의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부드러운 솜과 반창고로 엉덩이에 쓸리는 부분을 고정시켜놓은 '제2차 궁스크'는 반창고만 떼었다가 붙여주면 되어 갈아주기도 무척 편리해 단점들이 꽤나 보완된 형태였다. 이런 아이디어는 대체 어디서 샘솟는 건지, 개호구인 아내는 이제 뭐든 척척 만들어오는 강아지 만물박사가 된 것 같다.


지금 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강아지 엉덩이 보호대를 만들어보라고 아내에게 농담을 던졌는데, 궁스크는 방구만을 위한 특별 에디션이라며 아내는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안된다는 표시를 했다. 그 어떠한 때보다 뿌듯해하는 표정이었다.

방구야 이제 엉덩이 쓸리면 안된다잉~~!!

너무 많이 걸었는지 지쳐 쓰러져 잠이 든 방구 곁에 가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방구야~~ 우리 부부가 아니 정확히는 두애가 이렇게 없는 것도 만들어내면서 너를 무척 사랑한다는 것 알고 있니? 아니 몰라도 되니깐, 아프지만 말아다오. 나도 아내가 웃는 모습만 보고 싶으니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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