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강아지가, 반려견이 인간의 말을 한다면

by 두부두애

"만약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 여보?"

"글쎄? 으음.. 잘 모르겠는데?"

"난 한마디면 충분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


반려견이 인간의 말을, 우리의 언어를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아프다'는 이야기가 제일 듣고 싶다는 아내의 말이다. 그 말 한마디면 방구와 푸돌이가 아프거나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랑해? 고마워?' 강아지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아내의 얘기에 깊은 무게감을 느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반려견과 우리는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이 가족 같은 아이가 아플 적이면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알지 못해 속상할 적이 많다. 특히 반려견의 고통을 사전에 알지 못해 병이 악화되거나 심각해지는 경우를 맞이하게 되면 보호자가 가지게 될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작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것이 모두 본인의 잘못인 것만 같아 자책하며 슬픔과 미안함에 밤새 눈물 흘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생각보다 반려견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반려견 나름대로 보내는 각종 신호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러한 신호를 놓치기 십상이다. 갑자기 빙빙 돈다든지, 밥을 적게 먹거나 안 먹는다든지, 잠을 깊게 들지 못하고 자주 깨거나 아예 잠들지 못한다든지, 짖는 소리가 유독 다른다던지... 이 아이들은 충분히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강형욱 씨가 아니고 설쌤이 아니다 보니 이를 모를 때가 너무 많다.


꼬리를 흔들면 방구의 상태가 좋겠거니 하고 단편적으로 생각지만 사실 꼬리를 흔드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내포되어있다. 신경 증상이 있는 방구는 다리가 풀릴 정도로 정신을 놓고 거실을 걷는데 그럴 때도 꼬리를 흔들고 있다. 리를 흔든다는 건 보통 긍정의 신호로 인식하지만 방구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여럿 있을 것이다.


개호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방구가 짖는 소리에 이 녀석이 배가 고픈지, 산책을 가고 싶은 건지, 무언가 무서운 건지, 내가 반가운 건지 정확히 모른다. 아내가 이 시점, 이 상황에는 방구의 마음 상태가 이러한 것이라고 알려주고 가르쳐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기에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섬세하게 방구의 상황을 지켜보는 아내를 보며 많이 배우 중이다.


만일 이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기로 결심했다면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는 그 신호들에 대해 예민하게 캐치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는 반려견에 대 많이 공부해야 하고 에너지와 사랑을 나누어줘야 하며, 때로 내 온 신경을 이 아이들에게 쏟아부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기로 결심한 분이면 그런 각오가 돼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렇게 말을 했지만 바쁜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가 반려견을 위해 공부하며 같이 호흡하고 느끼는 것이 참 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링거를 맞고 있는 방구. 에고... 너무 아팠지ㅠㅠ

오랫동안 방구와 같이 생활해온 아내 역시 때로는 방구의 속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여러 행동을 취해도 계속 짖기 시작하면 무슨 일인지 어디가 아픈지 당황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픈 아내는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다. 그래서 아내가 방구에게 그토록 듣고 싶은 말이 '아프다', '어디가 아파요'라는 말일 것이다.


예전에 재미있는 상상이 가미된 화를 본 기억이 있다.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심심하다며 빨리 퇴근하고 집에 오라고 카톡을 보냈고 보호자는 조금만 기다리라며, 가면 맛있는 간식을 주겠다고 대답한다. 없이 귀여운 상상 속의 모습이지만 이렇게 반려견과 보호자가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렇게만 된다면... 네가 아프다고 말하면 언제든 치료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아내를 포함한 모든 보호자들이 결코 죄책감은 갖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마음은 충분히 사랑하는 반려견들에게 전달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어쩌면 반대로 강아지 입장에서 인간의 언어를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이 친구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우리의 반려견 방구는 '고마워!'가 아닐까.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며 유기견인 나를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그 말. 그 말을 하고 그렇게 기쁘게 떠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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