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과의 하루, 하루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합니다.

우리보다 노견 방구가 먼저인 삶

by 두부두애

"지금 바로 방구 데리고 병원 가는 중이야"

아내와 출근 인사를 한 지 1시간이 채 안되었던 것 같은데 사무실에 도착하자 아내의 카톡이 와있었다. 방구를 데리고 병원에 가고 있다는 아내의 이야기,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간밤에 방구의 왼쪽 앞다리가 퉁퉁 부어있었던 것이다. 깜작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는 아내는 황급히 방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내가 전날 상태가 좋지 않은 방구가 신경이 쓰여 미리 오전 반차를 사용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방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다리가 부은 채로 몇 시간이나 방치될 뻔한 방구를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정말 아내가 집에 있어서 다행인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보니 방구의 다리가 정말 많이 부어 있었다.

병원에서 급히 진단을 해보니 방구의 상태가 다소 좋지 않았다. 앞쪽 다리에 금이 간 것인데 이전부터 금이 가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요 며칠 사이에 손상을 입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원래 지병이었던 신장과 담낭, 췌장 등 각종 수치들이 좋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또 방구가 고비를 맞이하는 건 아닌지... 병원에 가있는 아내는 초조했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방구의 상태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니 3~4일 전까지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상태가 달라지는 노견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아내가 그토록 온 신경을 다해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또 고비를 맞이하게 되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 역시 비록 감정이 다 드러나지 않은 텍스트 형태의 카톡이었지만 걱정과 근심, 속상한 마음들이 전파를 타고 내게 전달되었다.


노견과 생활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방구와 푸돌이를 보면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어떻게 이렇게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지는지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다. 방구는 병원에 입원하자 점점 말라간다. 다리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가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여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매번 속상한 것이 사실이다. 알면서도 준비가 되지 않는 마음들,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를 두고 가는 출근하는 아내는 늘 불안하고 불편하다. 혹여라도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잘못될까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일을 그만둘까도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당장의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 보기로 마음먹은 아내였다.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응급조치도 훨씬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계속 신경 써주시는 주치의 분도 계시니깐 괜찮을 것이라 아내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아내는 퇴근하고 병원을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내는 고된 일을 마치고 먼 길을 퇴근하는 내가 안쓰러워 굳이 병원에 올 필요 없으니 집에 가서 쉬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내가 안쓰럽고 방구가 눈에 밟혀, 저녁도 먹지 않은 채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비에 앉아있는 아내와 방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입원실에서 잠깐 나와 아내의 품에서 수액을 맞고 있는 방구는 모든 것이 불안한 병원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몇 시간만이라도 보호자 곁에 있으면 병원이라는 공간이 조금 덜 무서운 모양이었다. 토닥토닥 방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아내의 손길에 방구는 계속 고개를 들고 아내를 찾는다. 혹여라도 아내가 어디 갈까 봐 불안한 모양이다. 아내는 본인이 여기 있다며 더 꼬옥 안아준다. 이에 방구는 다시 눈을 풀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KakaoTalk_20201123_230036370_02.jpg 병원 로비에서 아내의 품에 안겨 링거를 맞고 있는 방구의 모습

주치의 선생님이 진료실에서 나와 방구의 상태를 진찰하러 오셨다. 방구가 입원실에 있을 때보다 로비에서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훨씬 안색이 좋다며 정말 다행이라고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방구는 밥도 물도 안 마신다고 하는데 아내가 손으로 주는 건 잘 받아먹는다. 오매불망 아내만 바라보는 방구의 모습이 베테랑 수의사이신 이 분의 눈에도 신기하신가 보다.


선생님이 방구를 쳐다보자 정작 방구는 눈길을 휙 돌리고 아내를 쳐다본다. 선생님이 오시니 방구는 다시 긴장한 지 계속 고개를 번쩍 든다. 혹여나 자기를 아내의 품에서 떼놓을까 노심초사다. 마치 '저 사람이 나 괴롭혔어'라고 일러 받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선생님도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방구야...


"호혹시... 가능하시면... 간 보조제 좀 같이 먹여주실 수 있을까요... 알약이 너무 커서 강제 급여하면 안 좋을 것 같아요. 보호자님이 계셔야만 먹네요..ㅠㅠ"

주치의 선생님이 오히려 아내에게 보조제를 먹여달라고 부탁하신다.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그분의 태도에서 방구를 대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환자 강아지가 아니고 꼭 다시 기력을 회복했으면 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강아지.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방구에게 '방구야 너 이 선생님한테 잘해야 돼, 두애만큼 너 많이 아껴주시는 분이야'라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참았다. 방구는 아마 들은 체도 안할테니 말이다. 아내의 말도 아니고 내 말을 이 친구가 들을 리가 있나


병원에서 쉬를 하지 않아 아내와 함께 병원 실내에서 산책을 조금 시켰더니 기저귀가 넘칠 정도로 쉬를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참은 건지 소변의 양이 엄청나다. 아내가 올 때까지 참은 모양이다. 그래도 시원한지 눈가가 조금 풀리고 기분이 좋아 보인다. 쉬를 너무 많이 해서 기저귀가 무겁다고 들어보라는 아내의 말에 기저귀를 한번 들어보는데 묵직했다. '와 어떻게 이렇게 무겁지. 이렇게 많이 쉬를 한 건 처음 본 것 같다' 지린내가 올라와 코를 찔렀지만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방구가 참았던 쉬를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뿐이다. 나도 개호구가 다되었나 보다. 쉬가 마려운 것을 눈치챈 아내도 대단하고 그런 아내의 마음에 호응해준 방구도 기특하다.

"방구야 쉬했지? 이제 마음 편안하지? 이제 코 자면 되겠다! 불안해? 누나 옆에 있어"
아내는 조금이라도 방구가 불안하지 않도록 계속 이야기를 걸어주고 말을 건넨다.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지... 평소에 조용한 편인 아내가 얼마나 방구를 사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아무 대답이 없는 것 같은 방구도 흐릿한 눈빛이지만 아내를 계속 쳐다보며 편안하게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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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을 어느 정도 맞자 다시 방구를 입원실에 내려놓았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아내는 기어코 입원실에 방구를 내려놓았고 방구는 떠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까지 그 입원실에 들어가면 방구가 더 힘들어할 것 같아 차마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방구에게, 아내에게 그 순간이 제일 힘든 순간일 것이다.


아내는 출근 전 아침, 퇴근 후 저녁으로 방문해 밥과 물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방구에게 아내의 무릎이라는 가장 큰 쉼을 주기로 했다. 아직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 5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방구를 보러 가는 아내, 졸린 티는 내지 않지만 왜 졸리지 않겠는가. 방구를 향한 사랑이 그만큼 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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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이후에도 저녁조차 거르고 방구와 함께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나는 아내를 위해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병원으로 향하지만 아내는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는다. 진짜 배가 고프지 않는다기보다는 무릎에 편안히 안겨있는 방구가 신경 쓰여 차마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보다 이 녀석이 먼저인 삶, 그게 아내가 보여준 지극 정성의 사랑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직장-병원-집이 되어버렸다.


방구와 면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는 똥강아지가 없어 허전하다. 물론 방구가 병원에 가있어서 그러한 것이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니 내 마음이 철렁했다. 언젠가 이 아이가 떠나가면 아내는 이런 감정을 매일 느끼겠구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이별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차마 내 입이 떨어지진 않았다.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본인이 충분히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피곤에 지쳐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실에 누웠다. 그리고 잠에 드려고 준비하는데 아내는 계속 뒤척인다. 전처럼 방구 걱정에 차마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몸은 너무 지쳤으나 걱정이 앞서서 잠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방구를 아내가 다독여줬듯 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괜찮을 거야, 주치의 선생님이 아주 잘 보살펴주실 거야. 걱정하지 말자'

그럼에도 아내는 '방구가 간밤에 잘 자야 할 텐데...'라고 혼잣말을 하다 잠이 드려는 차, 지이이잉... 휴대폰의 진동이 울린다. 병원에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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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따뜻한 선생님. 아내가 이렇게 걱정할 것 같아 문자를 보내주신 것이다. 돌보는 아이가 많아 그렇게 일일이 신경 써주시기 어려울 텐데 이 따듯한 마음이 고맙다. 아내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선생님의 정성에 감동했다.


다행히 4일을 입원하고 방구는 다시 퇴원했다. 물론 상태가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지만 위기를 또 한 번 넘겼다. 방구의 정서와 감정을 생각할 때 그리고 아내와 함께할 시간을 생각할 때, 집에서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퇴원을 결정했다. 주치의 선생님과 아내는 생각이 일치했다.


그렇게 돌아온 방구는 돌아오는 차에서 얼마나 쭝얼쭝얼 말이 많던지 불만 투덜이었다. 무슨 말을 한 건지 해석해보고 싶은 말이었다. 아마 원망 섞인 투정이었겠지? 방구는 집에 와서 신이 났는지 뛰어다니기도 하고 밀렸던 응아도 엄청나게 했다. 역시 사람도 강아지도 집이 최고인가 보다.


그렇게 아내와 방구의 시간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가늠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억지로 인간의 욕심으로 이 아이들의 수명을 연장할 생각은 없다. 때가 되면, 가야 할 시간이 되면 그때는 미련 없이 보내주리라 다짐한다. 다만 그때까지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려 한다. 아내와 나도, 그게 우리가 노견과 이별을 준비하는 방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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