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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Feb 21. 2021

“어우 이 웬수!! 누나가 그렇게 좋아?”

웬수라 부르고 사랑이라 읽는다.

"어? 왜? 방구 깼어?"

양치하러 화장실에 가려는 내 인기척에 잠이 깬 아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본다. 잠결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노견 녀석들 걱정이 먼저인 아내는 기저귀를 갈아줬는지 혹여 짖고 있지는 않은지 연일 질문을 해댄다.


"방구는 미동도 없이 잘 자고 있고 잠시 내가 화장실 들어가서 소리 난 거야"

아내를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대답하자 아내는 이내 안심한 지 다시 침대로 '픽' 쓰러져 잠이 든다. 1분 남짓의 짧은 순간에 후다닥~!! 녀석들의 동태를 확인하고 다시 잠든 아내가 참 신기했다. 그런 아내를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 애쓴다 싶었다.


나는 잠이 들면 웬만한 알람도 잘 듣지 못하는데, 최근 아내의 “후다닥” 소리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무슨 비상 출동마냥 침대에서 호로록 내려가 녀석들이 있는 거실로 달려가는 아내의 인기척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옆자리는 비어있을 적이 많다. 아내는 새벽녘에 이 녀석들과 한바탕 한 건지 거실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한쪽 팔에는 방구를, 한쪽 팔에는 푸돌이를 낀 채 말이다.


소파 위에 누워있는 방구와 푸돌이, 방구는 아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 잠귀가 어두운 나도 방구의 새벽녘 울음을 직접 듣는 날이 왔다. “왈!!!”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한 체구에서 저런 우렁찬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윗집과 아랫집에 민폐가 될까 민망할 정도였다. 그 소리만 나면 아내는 군사 훈련처럼 누구보다 재빠르게 후다닥 침대를 내려간다. 그리곤 품에 방구를 안고 거실에서 비몽사몽 잠든다.


사랑과 관심이 고픈 방구는 그렇게 큰소리로 새벽을 깨우고 있었고 아내는 그런 방구를 필사적으로 재우고 있었다. 아내와 방구의 새벽녘 씨름이 참 귀여우면서 애처로웠다.


며칠 전 신생아 조카가 생긴 아내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를 정도로 정신없는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조카와 가족 케어에, 노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내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나도 개육아에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신통치가 않다.


부족한 실력으로 겨우겨우 방구를 재웠다고 생각한 내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자, 방구 벌떡 일어나 누나를 찾는다. 도루묵이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멍뭉이 녀석...


‘낑얼낑얼~~’ 방구가 또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녀석의 말을 번역하자면 ‘누나~ 누나 어딨어~’라는 의미가 확실다. 그러면 다른 볼 일을 보고 있던 아내가 서둘러 달려와 녀석을 안아준다.


아내 품에서 마취총 맞은 듯 자는 방구. 코가 아주 적나라하게 나왔다.

“어우 이 웬수...!! 누나가 그렇게 좋아?”

아내의 품에 누우면 기적처럼 잠이 드는 방구 녀석. 방구 수면마취총을 맞은 듯 곤히 잔다. 


이것저것 여러 일로 바쁜 아내를 기어코 호출하는 방구가 이럴 때 보면 정말 ‘진상’이다. 얼마나 진상이었으면 개호구 아내조차 “웬수”라고 불렀을까. 렇다고 어쩌겠는가, 그만큼 누나를 향한 애정이 큰 아이인걸


주말 아침, 날이 좋아 웬수 녀석을 데리고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신다.

“진짜 웃긴 녀석이야, 이러고 잔다 여보?”

아내는 품에서 잠든 방구를 가리키며 얘기한다. 방구는 아내의 손길에 마취총을 또 맞았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우리는 이 녀석들이 언제까지 살 지, 올해는 넘길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으~ 이 웬수 녀석.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방구는 아내 품에 곤히 잠들어 있다.  웬수라 부르고 사랑이라 읽는 방구 녀석.


올해도 무난히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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