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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Mar 07. 2021

우리 애가 너무 시끄럽죠?

개모차 산책 2편, 노견의 노즈 라이딩(Riding)

성공적인 개모차 첫 시승 이후 우리 부부는 푸돌이와 방구를 데리고 산책하는 일이 많아졌다. 개모차를 끌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나와 아내에게도 유익했고 이 녀석들에게 바깥바람을 쐬게 해 주니 일석이조였다.


물론! 노견 두 마리는 땅에 발을 딛지 않는다. 개모차 안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편안하게 누워있는 게 산책이다. 다리 관절이 좋지 않고 백내장으로 산책이 힘든 두 녀석들에게 노즈 워킹(Walking)은 무리고 노즈 라이딩(Riding)을 시켜주는 셈이다.


특히 개모차에 완벽 적응한 푸돌이는 개모차만 타면 주변 풍경을 보기에 딱 좋은 자리를 찾곤 하는데, 조금이라도 위치가 마음에 안 들면 아내에게 눈빛을 보낸다. 그러면 아내는 뭔가 불편해 보이는 푸돌이를 발견하고 이리저리 몸을 돌려주어 자리를 마련해준다.

떡하니 자리 잡은 라이더 황푸돌 (푸돌이 오른쪽에 조그맣게 방구도 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은 푸돌이 녀석은 흡족해하는지, 개모차 너머에 시선을 보내며 신선놀음을 이어간다. 그런 푸돌이를 보고 아내는 "아니, 진짜 편안해 보이네? 라이더 황푸돌이야 아주!"라며 웃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나른한 주말 늦은 오후, 이번에는 푸구(푸돌이와 방구)를 데리고 조금 먼 거리에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4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반려견 동반 카페를 가보기로 했는데 그 정도 시간을 개모차에 탄 적이 없던 터라, 두 노견들이 얌전히 잘 있을지 내심 걱정되었다.


특히 중간에 내려서 쉬를 할 수가 없으니... 요도염으로 소변 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푸돌이가 걱정이었다. 그렇게 모든 출발 준비를 마치고 푸돌이의 '쉬'를 기다렸다. 드디어 푸돌이가 엉거주춤 자리를 잡고 소변을 보자 아내는"예스! 출발하자! 여보!"라며 콧노래를 부른다. 아내는 두 아이에게 콧바람을 쐬어줄 개모차에 대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떠있을 무렵에 출발한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걸었고 카페에 거의 다다를 때쯤는 저녁이 되어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개모차 안 핫팩과 따듯한 담요가 세팅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두 어르신이 추우실까 걱정이 되었다.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좀 더 속력을 내어 카페로 뛰기 시작했는데, 덜커덩 덜커덩 거리는 개모차의 진동에 녀석들은 오히려 곤히 잠들었다.


'자장가로 들리나?' 바깥 풍경이 궁금해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호기심을 보였던 라이더 푸돌이마저 노곤한 지 잠이 들었고, 그 모습이 귀여운 아내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가슴에 추억 하나를 또 쌓는다.


그렇게 도착한 카페. 후다닥 자리에 앉고 커피와 디저트를 시킨 지 얼마 안 있어 잠에서 깨 눈을 뜬 방구가 짖는다. '왈!!'

낑얼이 방구 녀석

'아니 여태껏 얌전히 잘 있다가 갑자기 여기 와서 짖는다고?'

다행히 카페에는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다른 이들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사장님께 죄송하고 민망했기에 이 방구 녀석을 어서 달래야 했다.


그렇게 방구를 품에 안고 카페 한 바퀴를 돌고 아내도 나처럼 똑같이 한 번 더 돌았다. 이내 조금 조용해졌다 싶어 품에서 내려놓고 다시 개모차에 눕히니 방구가 고개를 벌떡 든다! 내려놓으면 짖을 거라고 협박하듯이... 아주 무섭게 째려본다. 진짜 무서웠다. 또 짖을까 봐...


카페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커피도 못 마시고 후다닥 나올 뻔했다. 방구의 협박에 못 이겨 다시 아내 품에 안긴 녀석은 '끼엉낑얼' 궁시렁을 반복한다.

푸돌이는 이렇게 얌전하게 잘 있는데...

"이제 가자 여보~"

카페에 진득하니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태블릿 PC까지 가져온 나는 방구의 협박과 행패(?)에 계획을 망치고 말았다. 뭐 별 수 있나... 우리 집 상전은 이 방구 녀석인 걸?


그렇게 다시 나오자 방구 녀석은 언제 낑얼거렸냐는듯 풀린 눈으로 개모차에 편안히 누워계신다. 달그락 거리는 진동이 자장가처럼 들리는 모양이다. 처음 개모차를 탔을 때와 슷하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녀석들은 많이 피곤했는지 곧장 기절했다.


웃긴 녀석들! 걸은 건 우리인데 녀석들이 더 피곤해한다. 어르신들이 차를 오래 타면 졸려하는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푸돌이 방구와 함께한 첫 카페 나들이는 50%의 성공이었다. 우리 예민한 방구 할배가 차차 적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노력해봐야겠다.

방구야! 푸돌이한테 개매너 교육 좀 받아보지 않으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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