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두애 Mar 28. 2021

펫시터분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의 펫시터 이용기

최근 방구의 짖음이 유독 심해졌는데, 사람 살결이 방구 몸에 닿으면 좀 잠잠하다가 싶으면서도 떨어지기만 하면 불안한 듯 짖었다.


처음에는 치매를 앓고 있어서 그렇게 짖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방구의 행동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니 무언가가 필요하거나 어떤 것을 요구할 때 더 많이 짖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성치 않아 본인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기저귀에 쉬가 가득해 찝찝할 때, 밥시간이 되어서 너무 배고플 때, 누나와 나를 찾으며 그렇게 사람을 찾아 헤매며 짖는 듯 보였다.


19살이나 된 이 어르신이 짖어봤자 얼마나 크게 짖겠냐만서도... 나름 우렁차게 짖는 방구의 목소리는 어린 멍뭉이들 못지않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혹여라도 이웃들에게 불편함을 줄까 싶어 온갖 방음 조치를 취해 밖으로 세어 나가는 소리를 줄였지만,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방구가 계속해서 짖게 되면 뇌압이 상승해 뇌종양을 앓고 있는 방구의 증상이 악화될까 봐 심히 염려되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면 아내는 거의 하루 종일 24시간 이 노견 녀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안정적으로 두 멍뭉이를 케어했지만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면 하는 수 없이 가족들의 도움을 받곤 했다. 하지만 근래 신생아 조카가 태어나면서 가족들의 케어마저 불가능한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할배노견 둘만 집에 홀로 두기에는 너무 여리고 약한 녀석들이었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병원에 당일 케어를 맡겨볼까?'

그렇지만 이 두 노견 녀석들은 병원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10시간 넘게 있으리라 생각하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집이 나을 정도였다.


'그럼 점심시간에 잠깐 집에 다녀올까?'

아내가 사무실에서 아무리 빨리 출발해도 집에 5분도 채 머물지 못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5분을 위해 점심도 거르고 매번 왔다 갔다 하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아내는 펫시터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 소중한 아이들을, 또 엄청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이 노견들을 함부로 맡길 수도 없으니 검증된 곳을 찾고자 했다.

펫시터 운영을 꽤 철저하게 하는 듯 보인다.

믿고 맡긴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었고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찾던 중 기어코 검증된 안전한 업체를 찾았다. 굉장히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는 업체였고 실제 후기들도 생생하게 올라와 믿고 맡길만한 곳이었다. 아내가 얼마나 까다롭게 따지고 비교해보고 알아보았는지 안 봐도 알만했다.


그렇게 펫시터를 처음 이용해 보기로 한 날

아내는 출근 전 탁자 위에 녀석들의 소개글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는데, 그 글에 내 코가 찡해졌다.  

짧은 글이지만 누가 보기에도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는 메모였다.

노견이라 이렇게 많은 질환을 앓고 있고, 어떻게 이 아이들을 만나 키워왔는지 상세하게, 그 상세함 속에 이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아내의 깊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고 정말 소중한 존재라서, 부탁드린다고. 제발 이 아이들을 잘 다뤄달라고. 물론 펫시터님이 잘 챙겨주실 거라 생각하면서도 연약하고 정신도 제때 못 차리는 이 두 노견을 맡긴다는 게 펫시터 분에게도 미안하고 아내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펫시터분을 신뢰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냐 괜찮을 거야, 믿어보자!"  

아내와 나는 그렇게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런데 펫시터분이 오시는 , 방구가 응아를   다리가 미끄러져 바닥을 더럽혀놨다. 카메라로 상황을 확인한 아내는 죄송한 마음이 들어 메시지로 정말 정말 죄송하다고 미리 양해를 건넸다. 이에 펫시터분께서는 “에이 괜찮아요~ 저희  애들도 맨날 그래요~”라고 답해주셨다. 이런 감동~~!! ㅠㅠㅠ

    

아내의 걱정은 기우였다. 펫시터 분은 오시자마자 능숙하게 응아를 처리하고 내가 그렇게 힘들게 먹였던 알약 레나메진도 푸돌이에게 꿀떡꿀떡 먹이셨다.

(영상은 펫시터분 몸에 부착된 액션캠으로 촬영이 되며 집에 들어가서 케어가 끝날 때까지 촬영된다.)    

낯선 사람이 왔는데 희한하게 녀석들은 큰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별 탈 없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펫시터 분이 나가시자 노곤했는지 쭈욱 다리 뻗고 쿨쿨 자는 방구, 반려견 카메라로 보니 참 편안해 보인다. 낯선 사람이 와서 잔뜩 긴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녀석들이 그냥 쿨쿨 잘 자는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런 모습에 아내는 얼마나 뛰듯이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감사하다고. 이렇게 좋은 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연신 거듭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렇게 푸구를 돌봐주실 수 있는 분이 한 분 더 생겼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그분이 진심으로 또 정성을 다해 이 어르신들을 챙겨봐 주셔서 정말 깊은 감사를 느꼈다.


"아니 레나메진을 어떻게 그렇게 쑥 먹이셔? 나는 아직도 쩔쩔 메는데?" 펫시터분이 잘 다녀가셨다는 말에 나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아마 그분도 아내 못지않은 개호구임이 확실했다.

레나메진을 먹이기 전 펫시터분이 찍으신 사진

우리 부부의 첫 펫시터 이용기는 대성공적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데 푸구는 개호구 아내도 만나고 좋은 펫시터분도 만나고. 복이 참 많은 녀석들이다. 부러운 녀석들. 아니 너네 덕분에 아내도 나도 웃을 수 있으니 우리가 복이 많은 건가?    


펫시터는 이후에도 쭉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p.s. 혹시 보호자가 없을 때 케어가 필요한 반려견이 있다면 검증된 펫시터 업체를 통해 이용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슈퍼 어르신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