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 BM, PM? 이건 또 뭐람
MD의 개념이 워낙 폭넓게 쓰이고 있다보니, 실제 MD가 되면 어떤 기준으로 업무가 달라지는지 4가지로 나누어 앞선 글들에서 살펴보았다.
MD를 구분하는 4가지 매트릭스
1. 오프라인과 온라인(Off-line & On-line)
2. 매입과 위탁(Buying & Condignment)
3. 카테고리와 범카테고리(Vertical & Horizontal)
4. 유통과 제조(Distribution & Manufacturing)
조금 간단히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되겠다.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2가지 차원으로 나누되, 취급하는 상품을 직접 매입하여 판매하는 쪽은 오프라인이 아직 더 많다. 반면, 배송 주체가 MD(유통사)가 아닌 파트너사인 위탁 구조는 온라인이 지배적으로 많다(물론 온/오프라인과 직매입/위탁 모두 1개의 유통사에서 하되 본부로 나뉘는 경우가 대부분).
오프라인 쪽으로 갈 수록 그리고 매입을 더 많이 할 수록 MD의 카테고리 집중도는 올라간다. 즉, 카테고리 집중형(vertical) MD를 하게 된다. 물론 온라인이면서 매입만 하는 MD들도 많지만, 오프라인 매입 MD와는 상대해야하는 거래처나 취급품목수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직매입이든 위탁이든 온라인이 훨씬 범카테고리형(Horizontal) MD다.
바이어와 MD는 오프라인에서 모두 쓰이는 지칭이다. 온라인에서는 MD를 지칭하는 단어가 보다 다양한데, CM(Category Manager)과 BM(Brand Manager)이 그 예시다.
CM은 개별 제품단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상위 개념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최소 시니어급 이상은 되어야 쓰이는 지칭이지만, 온라인 특히 오픈마켓 유통사 중심에서 CM이란 개념이 자주 쓰였다.
오픈마켓은 기존 위탁 판매보다도 더 진입장벽이 낮은 유통채널이다. 제조사나 밴더가 아니어도 누구나 본인의 제품을 올릴 수 있는 'eBay'가 대표적이다. MD의 승인없이도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픈마켓 MD는 가장 많은 상품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MD가 아닌 CM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지칭을 쓰는 게 아닐까.
BM은 비즈니스모델의 약자로 아는 사람도 많지만, 쿠팡에서는 MD 대신 Brand Manager의 약자를 따 BM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더 많은 브랜드를 소싱하고 기획하는 데에 특화된 MD라는 느낌이 강하다. 쿠팡은 특히나 분업이 비교적 잘 되어있는 축에 속하는데, BM, Pricing, Onboarding, Marketing, Instock 등 기존 유통사 바이어 혹은 MD 1인이 하던 것을 팀 혹은 본부별로 나눠서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온라인 MD로 이직 혹은 신규 입사를 하려고 할 때, 역동성과 빠른 속도를 지원동기로 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프라인보다 젊은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team by team이고 속도는 오히려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온라인 유통회사들의 규모가 워낙 커지다보니, 내부 조직 분업화가 오프라인보다 굉장히 잘 되어있는 편이다. 이에 따른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다. 뭐 하나 진행하려 하면 여러 부서의 컨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권한은 축소되고 속도는 느리며 잡일이 많다고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MD를 하다 이직해서 오는 경우 더 크게 체감할 것이다.
그리고 제조사에서도 MD가 될 수 있다. 유통사 MD와 협업하고 제품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MD라는 직무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MD는 유통사보다 상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조사 자체쇼핑몰이나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유통전문사를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객에게 상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다.
MD가 꼭 유통사에만 있다는 편견은 버리자. 덧붙여 직접 판매를 하게 될 경우, 유통수수료가 없거나 굉장히 낮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좋은 장점이 있다.
PM은 유통사보다 제조사에서 더 비중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제조사쪽에 포함시켜놓았다. PM은 Product Manager의 약자로, 하나의 상품을 기획부터 제조 및 출시(경우에 따라 마케팅, 세일즈)까지 '엄마'처럼 책임지는 직업이다.
MD가 업무의 범위(scope)가 넓다고 이야기하지만, PM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물론 유통사에도 상품개발팀, PB팀 등이 있지만 주로 높은 유통파워를 중심으로 OEM 개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개인 관점에서 보면 제조사 PM이 상대적으로 책임이 더 많이 부여되는 직업일 것이다.
온,오프라인 MD를 거쳐 스타트업 PM으로 재직 중인 내 입장에서는 정말 배운게 많다. MD보다 더 많이 발로 뛰어야 하고, scope이 워낙 넓다보니 언제나 놓치는 것이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런 것까지 챙겼어야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매번 드는 직업이다. PM은 권한과 책임 모두 높고 경험치가 아주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신입에게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큰 범위에서 MD로 불리는 '상품기획' 업계는 이렇게도 다양한 세부적인 특성을 지닌다. 다음에는 실제 유통사 혹은 제조사 재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MD 이야기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