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직한 5년차 MD와 함께
MD는 그 어느 직업보다도 회사by회사, 팀by팀 등 케바케가 강하다. 따라서 나 하나의 생각만을 전달하는 것은 편협할 수 있다. 타 회사에 재직 중인 현직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자. 첫번째로는 오프라인 직매입 MD만 하다 온라인 MD로 얼마 전 커리어 전환하신 분과의 인터뷰다.
*회사이름 및 카테고리를 지칭하는 이니셜은 실제와는 전혀 관계없음을 밝힌다.
MD를 시작한 때? 몇년 차세요?
2015년 시작했고.. 5년 차네요.
카테고리는 무엇 무엇을 맡았나요?
이직 전의 O회사에서는 M카테고리만 4년 했죠. 그러다 현재 회사인 B에 와서 S카테고리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테고리는 크게 2개만 해 봤습니다.
카테고리 자주 옮기는 사람도 많은데, 비교적 안 옮기고 꾸준하게 하셨네요.
네 맞아요. 이건 약간 케바케같아요. 저 같은 경우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고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데 커리어상으로는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 왜요? 한 카테고리에서 집중해서 오래하는게 좋은 게 아닌가요?
이게.. MD나 바이어가 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제 선배들한테 들었던 말이 있어요. M카테고리를 정말 할 것인지 잘 생각하라고. 이게 무슨 얘기냐면, 1개의 카테고리의 전문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여러 카테고리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지.
아, specialist가 될거냐 아님 generalist가 될거냐. 이 얘기네요?
맞아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저처럼 한 카테고리를 오래하는 것은 안 좋을 수 있어요. MD를 하게 되면 언젠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시점이 꼭 와요.
둘 사이의 장단점이 있겠네요.
한 카테고리를 오래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는데, 시야가 좁아질거라 생각해요. 물론 한 카테고리를 오래하면 뭔가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돼요. 시장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게 되구요. 예를 들어 M 카테고리 제조사나 수입 업체까지 알게 되고, 전반적인 흐름을 읽게 되는 거죠.
specialist이냐 generalist냐를 나누는 기간은 몇 년 정도 일까요?
한.. 2년? 2년 정도만 하면 제너럴리스트 정도는 적합할 것 같아요. 일단 어떤 카테고리든 1년 이든 해 봐야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요. 1년은 배우고 나머지 1년은 이제 본인 스타일로 만들어 나가는 거죠.
카테고리 변경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럼요, 있었죠. 근데 막상 지금 카테고리를 변경하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체풀이나 지식이 다시 reset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돼요. 그래서 또 요즘은 카테고리 바꿔서 하다보니, 그냥 하나 꾸준히 하는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허허
오프라인 직매입 MD를 꽤나 오랫동안 했는데.. 가장 큰 퇴사사유를 꼽자면 뭘까요?
온라인 시장에 대한 동경. 이것도 좀 있었던 것 같고.. 가장 큰 건 제 커리어에 온라인 경험을 좀 넣고 싶었어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비전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이직사유가 됐었겠네요.
솔직히 이직은 했지만, 오프라인 채널이 좋고, 진심으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절대 오프라인이 없어질 순 없거든요.
왜 안 없어질 거라 생각하세요?
음..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까? ㅎㅎ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어요. 사람이 오가는 정이랄까?? 뭔가 표현하긴 어려운데.. 제 생각은 그래요.
근데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들의 최근 변화를 보면, 매장 자체도 온라인 쇼핑의 마치 show-room처럼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없어지진 않을 거에요. 지금 성장세가 떨어지고 있다곤 해도, 오프라인 채널의 매입량이 온라인보다 훨씬 높죠. 미국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유통사 침체 추세가 멈추고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한국도 저점을 찍고 다시 올라오리라 생각해요.
신입 MD가 된다면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 중 어느 쪽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가능하다면 오프라인 base 바이어로 먼저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왜요?
오프라인이 중심인 유통사의 노하우가 솔직히 더 많아요. 그리고 아직도 바잉 파워(buying-power)는 오프라인이 훨씬 크죠. 아, 근데 요즘은... 온라인도 오프라인 못지 않게 커진 카테고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카테고리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비식품 분야나 가공식품까지는 온라인이 파워가 정말 세요. 그러니 온라인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다만, pure fresh¹일 때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로 가는 게 맞아요.
¹과일,채소,축산,수산 코너에 있는 농축수산물을 뜻한다.
오프라인 정통 vs. 온라인 유통사, 둘 사이 차이점은 어때요? 소문대로 온라인이 더 조직문화가 좋은가요?
이건 진짜 팀by팀이 너무 큰 것 같아요. 특히 팀장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조직문화든 분위기든 다 달라요.ㅎㅎ 그리고 오프라인, 온라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건 아니에요. 물론, 오프라인이 조금 뭐랄까, 끈적끈적(?)한 것 같아요.
네?? 끈적끈적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프라인 유통사는 공채로 사람을 뽑다 보니까 '동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동기 문화, 기수 문화도 있고. 여긴 공채로 뽑는 게 아니라 거의 100% 경력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MD때와 지금 하는 역할이 많이 다르다고 보세요?
전과 크게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온라인은 위탁 MD도 많다보니 그쪽이랑 헷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업체를 managing 하고 싶은 건지, 상품을 깊게 관여하고 싶은건지를 구분해야 돼요.
평균 퇴근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어요?
전 직장에서는 8시반~5시 반. 지금은 9시반 출근해서 퇴근은 약 8시 반.ㅋㅋ 주변도 대부분 그렇긴 한데, 요즘 우리 팀이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개인의 차이..? 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환경이 만든 것 같기도 해요. 전에는 엄청 잘한다고 개인에게 떨어지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 지금은 성과급이 비교적 잘 되어있죠. 그래서 알아서들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분위기도 그런 점에서 좀 다르구요.
MD는 협력사 미팅이 많을 텐데, 일주일에 외근은 몇 번이고, 업체 미팅은 몇 번 정도 하세요?
일주일에 미팅 5~6개이상은 하는 것 같아요. 정말 많아요. 외근은 온라인 쪽으로 오다 보니 좀 줄었어요. 오프라인은 매장 보러라도 나갔어야 했으니까요.
KPI¹는 무엇? 전과 달라진 게 있나요?
- 전 직장: 매출, 마진, 로스(loss), 재고
- 현 직장: 매출, 마진, 로스(loss), 재고
똑같아요. 어차피 본질이 같으니까. 다만 온라인이 업체 수가 훨씬 많아서, 관리 공수가 더 많이 들죠.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로 각 직무에서 가장 대표적인 평가 지표를 뜻하며, 유통 뿐 아니라 전 범위의 직장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엑셀 기능이 뭔가요? 뭐 알아야 MD 잘 할까요.
브이룩업(VLOOKUP), 섬이프(SUMIF), 카운트이프(COUNTIF). 이것만 알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MD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에요? 사람 때문이든 일 때문이든.
계획된 것과 다르게 갈 때? 예를 들면, 행사 물량 준비를 했는데 업체가 빵꾸(?)를 내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나가서 결품이 날 때.
반대로, MD하면서 가장 보람된 때?
흠.. 인간적인 부분? 좀 그 전에 싸웠거나 날카롭게 했어도, 행사가 끝나면 인간적인 관계가 유지되거나 돈독 해 지거나.. 그런게 정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매출 이야기 나올 줄 알았는데, 되게 의외네요. 지금 회사는 그런 장점이 없나요?
네. 그런게 전 좋았어요. 지금은 딱히 제가 말한 관점에서의 정은 덜한 것 같아요.
다시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MD할 것 같으세요?
네.
할 거라고요? 이 힘든 걸?
저는 MD가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음, MD에 대한 보람이 되게 크신가봐요.
보람은 없어요.ㅋㅋㅋ (그럼 대체 뭐죠?) 익숙한 거? 업무 자체가 힘들긴 하지만 자리잡으면 익숙하게 업무를 할 수 있고 안정적인 것 같아요.
요즘은 입사하고 바로 퇴사 계획 세운다던데, 나중에 사업하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그냥 치킨집?
살려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카테고리가 달라지긴 했는데, 영 다른 건 아니라서 연관관계가 있으니까.. 근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이 MD에 맞을까요? 반대로, 어떤 사람이 MD를 하면 안 될까요.
MD에 딱 맞는 성격 같은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성격보다 수에 밝은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어느 직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커뮤니케이션 잘 하는 사람이면 좋죠. 말 자체를 유창하게 해야된다는 건 아니에요.
설득력이 있어야 된다?
네, 맞아요. MD는 언제나 (파트너사에) 설득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MD는 무엇보다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이어야 돼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엄청 직설적이네요.
아시겠지만, MD가 굉장히 권한이 크잖아요. 하다보면 크고 작은 유혹이 많을 수 있어요. 욕심내면 안 돼요. 겸손해야 되고, 그래서 분수를 알아야 된다는 거에요.ㅎㅎ 본인 스스로를 착각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소위 '갑질'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언제나 배우려는 마인드셋이 필요해요.
MD가 욕심 없는 성격은 못 하는 직업이긴 하잖아요.
타겟을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MD가 되면 진짜 좋죠. 근데 스트레스를 풀 줄 아는 사람이어야 돼요.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이라, 이걸 잘 못 푸는 사람은 MD 오래 못 해요. 머리 빠지고, 당뇨오고 그래요. 전 직장 선배가 그랬어요. 종합하면, 겸손하지 못하고, 예민하고, 기복이 큰 사람은 오래 못 가는 거죠.
마지막으로, MD를 꿈꾸는 구직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MD의 환상을 버리세요. 물론, 좋은 직업인 것은 맞아요. 예전에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어요. "생각을 해봐. M담당 바이어를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다 합쳐봐야 50명도 안 될걸"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바이어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MD의 책임과 권한을 잘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인 것 같아요. 또, 내가 잘 하면 파트너사들도 잘 되는거잖아요. 파트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하시는 것 같은데요.
다른 직업도 좋은 게 많아요. 정말 하고 싶은건지 천천히 생각을 해 보고, 주변에 MD 선배가 있다면 물어보세요. 요즘 뜨는 워라밸은 보장 안 될 수도 있어요. 잘 생각하세요.
말을 꾸미거나 화려하게 말하는 성격이 아닌 분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장점과 비전에 대한 소신있는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MD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 중에 MD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꼭 유념해야 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