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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Apr 15. 2018

사랑의 역사, 그대의 우주

시를 읽다, 나를 바라본다.

강원도 속초에는 개점한지 무려 60년이 넘은 '동아서점'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일반 대형체인 서점과는 다른 독특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동아서점만의 아우라랄까.

 


그곳에서 발견한 시집 한 권이 있다. 딱 2편만 읽고 마음에 쏙 들어 친한 지인에게 선물한 그 책. 최유수 시인의 '사랑의 몽타주'란 책이다. 내 마음에 도끼처럼, 잔잔한 물결처럼 와 닿은, 그 2편의 시를 소개 해 본다.




사랑의 역사

오랜기간 연애를 하지 않았거나 아예 안 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애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다"


모쏠들에게는 뼈아픈 소리겠지만, 이 말은 연애를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연애를 아예 안하려고 하거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다.


사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가 되어 남는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들, 후회스러운 장면들, 설렘의 순간들. 한땀한땀 꿰어져 이별을 할 때까지 한 벌의 스웨터가 된다. 사람은 참 완전하지 못해서, 스웨터를 만들고 나서야 "아, 저 때 잘못 꿰었었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뭐, 스웨터를 만드는 와중에 그걸 깨달았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잘못된 그 한 땀을 위해, 다 완성된 스웨터를 풀어헤치지도 않는다. (풀어헤쳤다가 다시 만든다 해도, 그 스웨터는 더이상 그 이전의 스웨터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다음엔 잘 꿰어야겠다"


그렇게 사랑의 역사가 쌓인다. 단 하나도 똑같은 게 없지만 동시에 단 하나도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그 안에 변화해 온 '나'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그 죽은 역사는 살아있는 나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이란, 이 시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빛'이 될 수도 있지만 '어둠'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빛이 될 지 어둠이 될 지는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내 '사랑의 역사'가 빛이 되어 길을 밝히는 역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내 역사들을 소중히 여기면 어둠이 아니라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대의 우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심심찮게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감정에 충실해, 솔직하게"

"감정이 안나타난다는 건, 사랑이 식었다는거야"


사랑이란 우주는 감정으로만 유영할 수 없다


이 시를 읽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과 사랑에 충실한 것은 정말로 동일하지는 않다. 사랑은 감정을 넘어서는 어떤 '의지'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여러가지로 드러날 수 있다. 연인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의지, 평생을 살고자 하는 마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등등. 사랑의 동력은 감정 하나만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불같은 동력으로 타올랐다가 착륙이 아닌 추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추락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우주는 어떤 우주이고, 그대의 우주에 유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동력과 의지가 필요한가. 한번쯤 돌아볼 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착륙을 기꺼이 돕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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