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62일 차 잡담
난 별명이 생선이다. 물고기도 아니고 왜 생선인지 의문. 무쪼록 목요일마다 열리는 마켓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재현하며 지낸다. 정기 일정이 되었달까.
좋은기억_1
튀김류, 해산물 음식은 혼자 해먹기 어려워 가끔 그리워지곤 하는데, 시장이 열리는 목요일은 이런 그리움을 해소하기 딱 좋은 날이다. 직물, 도자기, 빵, 치즈 등을 파는 이동식 가게들이 광장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늦은 점심 시간, 여유롭게 그 속을 파고든다. 동전 두어개에 맛있어 보이는 appelflaffen을 서너개 사고, 바로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생선 가게로 바로 향한다. 날 것의 연어, 고등어, 대구, 새우, 참치장 등등을 보며 맛있겠다 생각 한 번, 하지만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생각 한 번, 그러고는 옆에 있는 생선 튀김 코너로 눈길을 준다.
한입 크기의 튀김이 쌓여있으면 몇 일 먹을 생각으로 큰 봉지 6유로 어치를 사고, 한 마리 통튀김이 있으면 그냥 지금 허기 채울 요량으로 2유로를 주고 한 덩이. 비가 안 오면 돌아다니며 먹지만, 비가 온다면 가게 처마 아래에 서서 먹는다.
이 날은 비가 왔다. 안경이 물방울에 가릴 정도로 비를 맞으며 시장에 도착한 뒤 만난 생선 통튀김은 비를 맞은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 통튀김은 조금 짠 감이 있어 밥이랑 먹으면 맛있겠다 생각했지만 비가 와서 집에 갈 수도 없고, 마침 옆집에서 싸게 팔던 오렌지 주스 한 컵 마시며 마무리. 작은 한입크기 튀김 있으면 (치킨 느낌이 나서 좋음) 좋으련만 생각하며 가게 뒤편에 있는 Haring(청어 절임) 가격을 보고, 뭔가 비릿하면서도 짭쪼름한 맛이 또 당겨 한 마리 값을 내고 알아서 가져가라는 듯한 아저씨 말에 다 똑같이 생긴 생선들 사이에서 그나마 건장한 녀석 집어든다.
지구촌 뭐시기 다큐멘터리를 보며, 저 하링이란 녀석을 본 적이 있다. 물고기 내장만 빼내고 통으로 우적우적 먹는 모습을 보며 아 저걸 어떻게 먹나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네덜란드에 와서 접해보니, 꽤 좋다를 넘어 맛있다. 일행 들 간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녀석이지만, 뭔가 저 비릿짭쪼름한 맛이 만족스러워 매주 찾게될 것 같은 나를 생각하며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생선에 집중.
꼬리만 남은 청어가 눈 앞에 보이면, 이젠 느끼하다 생각하며 아까 사뒀던 애플파이 빵을 하나 먹으면 달달한 사과 맛으로 입가심한다. 내일 아침밥으로 산건데.. 생각하면서도 배부름에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귀가.
날씨 좋은 날에는, 꽃들도 많이 보인다. 언제 한 번쯤은 꽃도 사볼 수 있지 않을까.
2016.10.20, Delft Market
다음에는 조각 생선 튀김을 반드시 사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ㅂㄷㅂ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