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 아니예요. 좋아하시는 거 여쭤보세요!
미국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음식, 과자, 음료가 아주 정확하게 있기 때문에 아무거나 드리면 무례할 수 있습니다.
If you don't mind, would you please let me know your favorite drink or snack?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면 고마워하면서 알려줍니다. 브랜드까지 아주 자세하게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 트레이더조스에서 파는 마들렌
* 스타벅스 라테, 홀밀크
* 설탕 안 들어간 녹차
* 오라라 베이커리에서 파는 비건 키쉬
1. 선생님 생신
2월이 된 후 둘째가 잊으면 안 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어요.
엄마! 풰뷰워리 투웬티씩스!
미스 우드 선생님 벌쓰데이야!
미국 선생님을 부를 때는 Ms/Mr. 선생님 성을 붙여서 부릅니다. Ms.Wood 선생님의 생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입니다.
등교 첫날, 선생님께서 아이 편에 자기소개서를 보내셨는데 거기에 좋아하시는 것도 적어두셨어요.
1. 음료 : 차이티 라테, 제로 닥터 페퍼
2. 음식 : 딸기 들어있는 초콜릿
3. 쇼핑 : 아마존, 타겟
4. 취미 : 강아지 산책, 요리, 캠핑
5. 좋아하는 색깔과 장식 : 빨강, 하양, 파란색 미국을 상징하는 것
6. 좋아하는 계절 : 여름
뭘 드려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일반 닥터페퍼가 아니라 '제로' 닥터페퍼, 초콜릿 다 좋아하시는 게 아니라 딸기 들어있는 것! 우리 입장에서 보면 뭐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려주시나 할 수 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미국 사람들에게는 일상입니다.
고환율에, 월세에 이미 빠듯한 상황이라 여유가 없었어요. 발렌타인데이 때 $25 아마존 기프트 카드도 드렸던 터라 이번에는 소소하게 리본 장식한 닥터페퍼 5병,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팩 3개, 장미꽃 한 다발, 아이가 쓴 카드를 드렸습니다.
아침에 가자마자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자 "Awwww, thank you!!!" 하시며 아이를 안아주셨습니다.
선생님이 카드 주셨어!!!
선물 준 아이들한테만 주신 거야.
예쁜 카드에 글을 가득 적어주셨어요. 둘째는 신나서 어쩔 줄 모르며 같이 읽자고 했어요. 선생님께 받은 카드 얼마나 좋겠어요?
발렌타인데이 파티하는 날 도와달라고 하셔서 교실에 들어갔었어요. 음식 먹기 전에 아이들이 선생님 옆에 둘러앉았고, 선생님께서는 선물을 하나씩 꺼내서 풀어보셨어요. 애들은 자기가 선물을 받고 있는 것처럼 아주 격하게 ㅋㅋ "와~!", "아~!" 하며 전형적인 미국 감탄 함성을 질렀어요.
이건 00가 준거야. 정말 고마워!
어떤 학교는 Room parent라고 반 대표 엄마가 있어서 선생님 생신 파티도 거하게 한다고 해요. 그에 비하면 이 학교는 선물도, 규모도 소소합니다. 그래도 축하를 전하는 마음을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또 마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2. 5월 스승의 날 주간 Teacher Appreciation Week
일주일 내내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는 스승의 날 주간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전체 학부모에게 보내시는 이메일에도 공지하셨습니다.
애쓰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배우고 자랍니다.
이번 주에 감사한 마음을 전해 보세요.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디어도 주셨습니다.
1. 선생님께 편지 쓰기
2. 좋아하시는 꽃 한 송이 드리기
3. 좋아하시는 간식 드리기
4. 좋아하시는 색깔 옷 입기
5. 좋아하시는 선물드리기
소소하면서 선생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지인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반대표 엄마가 계획하고 다 같이 일정 금액을 낸다고 해요. 반대표 없는 저희 학교는 각자 알아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
아이들 두 명 담임 선생님들께 이렇게 소소하게 전했습니다.
월 : 감사 카드, 좋아하시는 간식(차이티, 대추야자)
화 : 꽃다발 ($10)
수 : 초콜릿 ($5)
목 : 간식 2탄 (닥터페퍼제로, 트레이더조스 과일)
금 : 기프트 카드($20)
한 분당 일주일간 약 40달러지만, 마음은 4만 달러보다 더 많이 전했습니다! 학교 앞 트레이더 조스에서도 함께 축하하는 스승의 주간입니다 ^^
3. 엄마들이 선물 들고 오던 날
생신과 스승의 주간 외에 엄마들이 선물을 가득 들고 오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선물 담은 종이 가방 크기도 크고, 꽃다발도 크고, 한아름씩 안고 왔어요.
11월 Thanksgiving Day
12월 Christmas
2월 Valentaine's Day
4. 학교 교직원께 감사 인사 하기
학교 등록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주신 학교등록담당자와 학교간호사께도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환영해 주시고 기꺼이 저희 상황을 이해해 주신 덕분에 마음 편하게 미국 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아무거나 드릴 수 없으니 뭐 좋아하시냐고 여쭤봤어요.
망고, 복숭아 들어간 음료와 트레이더조스 마들렌
다른 거 아무것도 넣지 않고 우유와 커피만 넣은 스타벅스 따뜻한 라테
드릴 때도 아무 때나 찾아가면 업무를 방해할 수 있으니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잠시 들러도 되는 시간을 여쭤보았습니다. 자꾸 여쭤보는 게 되려 실례인가, 눈치껏 알아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분들은 이렇게 물어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시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하셨습니다.
선물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두 분께서 저희 아이들에게도 정말 잘 대해주셨습니다. 낯선 학교 환경에 어리둥절했을 아이들에게 웃어주는 사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큰 버팀목이 되었을 거예요.
한국 학생이 딱 두 명 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 눈에 띄었을 수도 있지만 ^^ 복도 지나가다가 만나면 "Hello!" 하시며 어느 반이니, 너 이름이 뭐더라 등등 살펴주셨다고 해요. 학교 간호사분은 아이가 살짝 다쳤을 때, 놀랬을 것 같다고 하시며 "엄마 목소리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전화했어요." 하며 아이와 통화할 수 있게 해 주셨을 정도로 마음 써 주셨습니다.
학교마다 선물 규모가 다르겠지만 음료수 한 캔에도 선생님께서는 정말 고마워하셨습니다. 여행 다녀올 때도 아이는 "선생님이 기린을 좋아하셔. 기린 양말을 살래. 칠면조 사진도 좋아하셔." 하며 사드리곤 했는데 선생님께서 그러셨대요.
넌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걸 이렇게 잘 알아?
정말 고마워!
선생님께서 평소에 말씀하실 때 "좋아한다" 하시는 걸 기억하고 온 아이, 그만큼 선생님을 좋아했습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니 그보다 더 고마울 수 있을까요? 물건보다 자신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동받으시는 모습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선물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