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북돋아주시고 생활지도 엄하게 하시는 분
교장 선생님을 뵈러 매일 학교에 갑니다. 멀리서만 봐도 좋고, 저와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으시고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십니다. 안아주시기도 하고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게 이런 거구나 느낌이 팍팍 옵니다.
LA 산불로 휴교령이 내렸다가 다시 등교하던 1월 23일에 신문 기사가 났더라고요. 느껴지시죠? 교장 선생님의 열정이요! 웰컴! 외치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2024년에 3점, 2025년에 4점으로 1점 올랐지만 여전히 일명 안 좋은 학교 이미지가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4점밖에 아니어도 학생들은 선생님 말씀을 듣습니다. 교장 선생님 지도에 따릅니다.
교장 선생님에 따라 학교 문화가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어떤 학부모들은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 전학 갈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저희가 운 좋게도 톨리버 교장 선생님(Dr.Toliver)을 만나서 믿고 보내는 것이지 이런저런 사태에 맹숭맹숭 넘어가는 분이었다면 매일 학교 보내고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을 거예요.
교장실이 우리나라로 치면 학교 행정실 내부에 있고 교감실은 건물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습니다. 행정실을 메인 오피스라고 부르는데, 거기에서 잘못한 것에 대해 진술서 쓰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교장 교감선생님이 학생 생활지도를 도맡아 하시기 때문에 메인 오피스가 학생부가 되기도 합니다. 진술서 쓰고 교장실로 들어가서 면담하는 형식입니다.
교사들은 아무리 해도 지도에 응하지 않는 학생들을 지도해 달라고 교장선생님께 요청합니다. "교장선생님께 보고할까?" 하면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그만큼 교장선생님께 지도받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겠지요.
교장, 교감선생님이 수시로 학교 건물 내, 외를 순찰하십니다. 학교에 경비 요원도 총 네 분 계시는데 이분들이 등하교 시간, 쉬는 시간에 담임 선생님 대신 항상 아이들을 지켜보십니다.
저희 아이들도 많이 도와주신 감사한 분들입니다. 다툼이나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경비 요원분들께 "이런 상황인데 도와주세요!" 하면 바로 상황 파악 후 해결해 주셨다고 해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분들이 교장, 교감선생님께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하고, 교감 선생님은 다시 아이들을 불러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지금은 어떤 기분이고,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한 번은 교장 선생님 전화를 받았어요. 점심시간에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와 시비가 붙으면서 우유를 던졌는데 하필 큰 애 뒤통수에 불시착하고 말았던 일이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당연히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았을 거예요. 던지고 때리고 욕한 상황이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학생, 학부모, 학교폭력위원들이 모이고, 회의가 열렸을 거예요.
그에 비해 미국은 교장 선생님께서 지도하시고 학부모에게 알립니다. 싸움에는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기준이 명확히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크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와 같이 서로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 감정이 오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유를 던진 아이와 큰 애는 교장실로 갔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쓰라고 하셔서 사실대로 썼다고 해요. 아이는 그 상황에서도 욕을 하지 않고, 상대를 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교장 선생님께 칭찬받고, "너는 참 멋진 아이야!"라고 해주셔서 신뢰를 받은 느낌이라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이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우유를 맞고 당황한 사이에 아이들이 옆에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며 대신 화를 내는 바람에 마치 자기를 지켜주는 군대가 옆에 있는 것 같았대요. 아이를 지켜준 친구들에게 고마웠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믿고 계신 것 같아.
엄마한테도 전화하신다고 했어.
5시가 넘은 시간, 교장선생님 전화로 이야기하신 내용은 아이가 말한 것과 똑같았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신다고 하시며, 관련된 아이들 지도 중이고 내일 두 명을 더 만나서 지도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계셔서 믿고 학교 보냅니다. 늦은 시간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선생님, 교장, 교감 선생님의 관계는 서먹할까요? 신기할 만큼 아이들이 교사 및 교직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안기고, 안아주고, 하이파이브하고, 서로 웃고, 믿어주는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가 정말 따뜻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평소에 웃음 가득하시고 아이들 앞에서 노래, 춤 선보이실 정도로 흥이 남다르신 분입니다. 매일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은 아침 구호를 외쳤고, 힙합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치는 짜릿함을 잊지 못합니다.
When I say McKinley!
You say Tiger!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지도하셨지만 그 아이 자체에 대해서는 "넌 소중한 사람이야! 너도 할 수 있다고!" 하시며 항상 기회를 주시고 용기를 북돋아주셨습니다. 말썽쟁이로 유명한 아이에게 전교생 앞에서 국기를 드는 역할을 주시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모두의 앞에 서는 경험을 하게 된 그 아이는 점차 차분해지고 열심히 학교 다니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톨리버 교장선생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더 뭉클했습니다. 정말 톨리버 교장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여전히 '절대 보내지 말아야 할 학교'였겠지만 바뀌고 있고, 더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