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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람

여름에서 가을로

by 엄마다람쥐

바람이 분다

절대 불지 않을 것 같던 바람이

커튼을 스치고 이마에 닿는다



묵직한 바람

여름을 가득 품은 그가 들른 밤



베란다에서 방으로, 방에서 뒤쪽 창으로

주인 허락도 없이 들락날락해도

어서 오라고 활짝 열고 반기는 손님



자는 아이 콧등의 땀 한 방울 거두어가고

걷어 찬 이불 잠시 끌어안도록

한번 더 휘이 휘이 와주기를!

여름을 내려놓고 그도 한결 가벼워지기를!


0_bfjidX7Sre5HK3hs.jpg?type=w773 Photo by Luca Bravo on Unsplash

바람마저 열기를 가득 담아 근래에는 창문을 꼭꼭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들 재우고, 책을 조금 뒤적이는데 웬일로 조금 시원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밤부터 비가 내릴 것 같대요. 그래서 조금 시원한가 봐요.

에어컨을 켜고 자면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함이 내내 함께 해서 이 여름이 매우 고단합니다. 그래서 여름을 조금 내려둔 이 바람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설마 내일 비가 와도 열기가 내내 있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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