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안녕, 나야.
....라고 누군가가 너한테 안녕을 건넨다면 넌 누굴 먼저 떠올릴까.
나는 어떤가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역시 너밖에 없네?!
쳇! 삶이 조금쯤은 뻔하고 시시해졌구나, 생각했지. 앞으로의 내 인생에 절절한 로맨스는 없겠구먼 하며 장난스러운 체념을 하기도 했지.
그러다가, 너라고 뭐 크게 다르겠어? 누군가 너한테 '안녕, 나야'라고 해봤자 어차피 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안심을 해. 웃기지? 난 살짝 체념했던 거지만, 너 또한 나랑 같다는 거엔 안심이야.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내가 딱 그거네 싶어 혼자 피식 웃었어.
어제 하루의 끝과 오늘 하루의 시작이 정확하게 맞물리고 있고 언제나 그곳엔 서로가 있기에, '나야'라는 말에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틈이 없는 건 당연하겠지.
작년 가을에 정말로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어. 아이유의 '하루 끝'이란 노래야. 한창 아이유 노래에 빠져서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곡들을 죄다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출퇴근 길에 듣곤 했는데 특히 좋아했던 노래가 '하루 끝'이었어.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기에 중간에 신호를 기다리면서 살짝 초조해하였지. 아침에 바로 보고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빨리 출근해서 보고서를 한번 더 수정해야 했거든.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멈춰 있는 동안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바로 그때 아이유는 하루 끝을 부르고 있었어.
멍하니 듣다가 어제 하루 끝에 마주했던 네 얼굴을 떠올렸지. 그즈음에 넌 제법 속상한 일이 있었고 전날 저녁엔 저러다 울겠네 싶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 어깨를 안아주기라도 하면 곧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지.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뭘 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너보다 내가 먼저 잠들고 말았어.
아침에 일어나니 옆으로 누운 네 얼굴이 보였어. 왜 이렇게 쓸쓸한 얼굴로 자고 있을까. 어젯밤에도 이런 얼굴로 잠든 걸까. 한참을 들여다보다 한번 꼭 안아주고 일어났는데, 지금쯤은 깨어났으려나.
그렇게 네 생각을 하는 동안 신호가 바뀌었고 다시 운전을 하며 사무실로 가는 내내 오늘의 네 하루가 어제의 하루 끝보단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어. 너의 평온한 하루를 바라며 나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나는 많이 행복하니까 아무쪼록 네 하루도 평온하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기도하며 출근했던 아침이 있었어.
앞으로의 삶 속에 '안녕, 나야.'는 서로뿐이겠지?
때로는 그 사실에 진심으로 지루해하며 뻔하디 뻔한 하루들에 지쳐가는 날도 있을까?
하루 끝과 맞물리는 하루의 시작에 "아, 또야." 하며 심드렁해하는 날이 올까 봐, 가끔씩 두려울 때가 있어. 난 변덕이 심하고 조금 제멋대로이기도 하니 어쩌면 내가 그러진 않을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해. 그러다가 곧 신호가 바뀌지. 파란불을 확인하고 다시 출발하는 내내 너를 위해 기도 했던 그날처럼 나의 하루 속에 네가 있어 온전해짐을 깨달으며 오늘 하루의 끝과 내일 하루의 시작에 여전히 네가 있길 바라지.
있잖아. 가끔 울고 싶은 날에 나한테 말해. 내가 아이유 노래 불러줄게.
오늘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