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by 날아라빌리

뒤통수 너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어깨가 살짝 움찔거렸다. 꽤 크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잠깐의 소동인가 싶었지만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꾹꾹 참다가 터져 나온 울음 마냥 쉽사리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 어릴 때 동네 개한테 쫓기며 물릴 뻔한 기억이 있어 개를 무서워한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어깻죽지 부근이 서서히 굳어가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지만 조금 전, 자리에 앉기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심박수가 올라가고 있어 가만히 호흡을 눌렀다. 개는...... 어디서 짖고 있는 걸까. 불쑥 뒤에서 나타나면 어쩌지. 그나저나, 다들 이 소리가 들리지 않나. 들리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돌리다가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그즈음, 남편은 내 증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더니 괜찮다는 듯 말했다.

"네가 좀 싫어하는 상황이긴 하네. 사람 많고 소란스럽고."

다행이었다.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근처에서 개가 짖고 있는 건 분명했다. 다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여 나는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인가 했다. 그거야 말로 진짜 큰일인 것인데...... 정말 다행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휴일이었다. 아들이 칼국수를 먹고 싶어 하여 종종 가던 바지락 칼국수 가게를 찾았다. 제법 입소문이 난 곳이라 웨이팅이 있었지만 회전율이 좋은 편이라 금세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식사 중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장 앞에 놓인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나와 아들은 사람이 많은 쪽을 등지고 앉았고 남편이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고 있어 뒷면에 설치된 폴딩도어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럭저럭 기분 좋은 소란함 사이로 시원함 바람이 불어와 휴일 점심시간의 여유를 느끼기에 딱 좋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개가 짖기 시작한 것이다.

개를 키우지 않아 그 소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몹시도 화가 났거나 어딘가 많이 불편한 듯한 소리였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무슨 일인지 살피는 기색도 없었다.

"계속 짖는데? 다들 안 들리나?"

"주차장에서 들리는 소리 같아. 손님 중에 누가 차에 잠시 두고 내렸나 보다. 이 가게에서 키우는 개는 아닌 거 같아."

"너무 짖는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칼국수와 파전이 나왔다. 남편과 아들은 이 집 바지락에 늘 감탄한다. 크고 통통해서 식감이 좋다면서 엄쥐를 잔뜩 치켜세웠다. 평소라면 나도 파전을 입 안 가득 넣은 채 고소한 기름 냄새에 신나 했겠지만,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들이 먹기 좋게 파전은 찢어주고 바지락을 골라 덜어주는 동안에도 소리는 여전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들어 입안에 넣는 동안에도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걸까. 심박수가 제멋대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느껴져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동인지.


내가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다는 걸 눈치챈 남편이 식사를 빠르게 마쳤다. 원래라면 칼국수를 먹고 근처 공원을 산책할 계획이었는데 그날은 바로 집으로 가야 했다.

"괜찮아?"

"응, 개가 너무 계속 짖었어. 사람도 너무 많았고... 미안해."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남편은 연신 나의 안색을 살폈다. 요즘 계속 내 눈치만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미안했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불쑥불쑥 숨이 안 쉬어지는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꾸만 화가 나고 있었다. 호흡이 부족해지는 만큼 화가 차오르고 있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세한 혈관 하나하나까지 분노로 가득 차서 온몸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누웠다. 유튜브로 싱잉볼 소리를 틀어놓은 채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했다. 식당에 사람이 많았고 갑자기 개가 짖었는데, 개가(강아지라고 할 수 있을만한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짖은 것도 아니고 목덜미가 저릿해질 정도로 아주 크고 날카롭게 짖었는데 모두들 평온한 얼굴로 칼국수를 맛있게 먹으며 아무렇지 않아 했던 그 상황을, 내내 생각했다.

내가 불편했던 것은 그 소란함이었을까, 그 평온함이었을까. 나는 또, 왜, 숨이 안 쉬어졌던 걸까.


가끔씩 어떤 상황 앞에서 '그러려니 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맥이 풀린다.

진심이야? 이게 그러려니 할 일이야? 그게 돼?

반문하고 싶지만,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러려니 해야지. 끄덕끄덕. 또 나만 유난을 떨 순 없지. 끄덕끄덕. 대부분의 '그러려니' 앞에선 대체로 깊은 무력감을 느낄 뿐이었지만, 뾰족함을 감추고선 예민하지 않은 척, 나도 사람 좋게 허허허 웃을 수 있는 척, 어깨 한번 으쓱하곤 잊어버린 척, 어제도 척, 오늘도 척, 내일도 척, 이 척, 저 척을 해대느라 점점 숨이 막혔다.


괜찮지 않아. 너무 싫어. 나한테 오지 마. 말 걸지 마. 쳐다보지 마. 저리 가.

그러려니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말이야? 빵구야?

사실 그 개 짖는 소리는 어쩌면 내 소리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크고 날카롭게 사나운 울음을 터트리며 오랫동안 길고 맹렬하게. 왈왈왈! 왈왈왈! 왈왈왈! 맹수처럼 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