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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뭐가 있길래 4, 우붓

by 날아라빌리

7. 우붓 셋째 날- 여행 6일째

이 날은 우붓에서 보내었던 날 중에 가장 맘에 드는 날이었다.

아주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며 요가원 3곳을 차례로 갔었다. 인튜이티브 플로우, 알케미, 요가반.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조절하며 연습하기에 알맞은 동작들, 적당한 땀이 흐를 정도의 강도. 이 날의 요가는 딱 내가 하고 싶었던 그런 요가였다.

그러치, 그러치. 내가 이러려고 우붓에 온 거지.

요가원을 왔다 갔다 하며 하루 종일 신나고 설레었다.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래디언틀리 근처에서 2박, 요가반 근처에서 1.5박)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쌌다. 연박이 가능했다면 이 숙소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는데 2박만 하고 가려니 아쉬웠다. 이곳에 있는 동안 이 날 아침 하늘이 제일 이뻤다.

이 풍경도 오늘이 끝이구나. 항상 보면 떠나는 날 하늘이 제일 이쁘더라.

요가 수업이 7시라 6시부터 나와서 걸었다. 길을 따라 시장이 들어서 있어 시끌시끌했다. 관광객보단 현지인을 위해 아침에만 들어서는 시장인 듯했다. 치낭사리도 팔고 간단한 음식과 반찬도 팔고 있었는데 뭔가 그네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하여 재밌었다. 여유만 있었다면(우붓에선 요가원 수업 시간에 맞춰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빴다 ㅠㅠ) 시장 구경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관광지를 못 가본 것은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마트나 시장 구경을 놓친 것은..... 그저 히잉. ㅠㅠ

인튜이티브 플로어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요가원이었는데 구글 지도로 보니 숙소에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도로 사정이 아주 나쁜 편이라 30분 거리라고 하면 그보다 더 먼 길일 수도 있었지만, 한낮에 비하면 그럭저럭 적당한 온도에 혼잡함도 덜하여 걷기로 했다.

이 사진 속의 길은 내가 여행을 오기 전 유튜브로 꽤 많이 보았던 길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듯 초록으로 가득하여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고 기대되었는데 역시나 푸릇푸릇했다. 내가 있는 동안 날이 가장 맑았던 아침이라 햇살이 초록에 부딪히며 흔들리는 빛들이 너무 예뻤다.

우와, 초록이다. 기분이 잔뜩 들떴다.

요가원 가는 길

걷고 오르고 좀 헤매다가 드디어 도착

우붓에서 갔던 요가원 중 뷰가 가장 멋진 곳이었다.

멋진 풍경 속에서 7시 첫 수업과 그다음 시간 수업을 이어서 들었다. 아침의 기운과 옆에서 요가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모두 느껴져 정말 정말 좋았다.

요가원도 가장 맘에 들었고 수업도 최고였다.

수업 두 개가 끝난 후 다시 다른 요가원으로 이동했다. 인튜이티브 플로우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알케미 요가원이다.

웅장한 모습. 여긴 여기대로 맘에 쏙 들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열려 있어 동작도 평소보다 잘 되는 기분이었고, 너무 맘에 들어 그런 지 세 번째 수업인데도 지치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너무 신났다. 우갸갸갸갸 너무 쒼나.

수업이 끝나고 나니 배가 좀 고픈 듯하여 바로 옆 카페에서 스무디볼을 먹었다. 스무디볼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먹었던 것 같다.

+ 이건 요가원 길에 외국인들이 많이 있던 소품샵이 있어 들렀는데 거기서 발견한 목걸이.

이 가운데 붓다 좀 빼주면 안 돼요, 했다가 매우 불경한 소리를 들은 듯한 사장님의 표정을 보곤 재빨리 태새전환. 얼마예요? 사고 싶어요!! 별로 안 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게 되었는데(깎아달라 소리도 못함 ㅠㅠ) 계속 들여다보니 무언가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목에 걸고 있다. 뭔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상당히 든든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허기가 몰려와 바로 옆 식당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명한 나시짬뿌르 가게였다. 맛있었다. 숙소를 옮기지만 않았어도 더 오고 싶었는데 옮기는 바람에 이게 끝이어서 아쉬웠다.

쓰다 보니 여행의 기록이라기보단 아쉬움의 기록 같구먼.


고우타마 홈스테이에서 자티코티지로 옮겼는데 굳이 그 돈을 주고(두 배가 넘었다) 옮길 필요는 없었던 거 같다. 대부분의 시간을 요가원에서 보내다가 숙소에선 잠만 잤기에 가격이나 위치 등 모든 것이 처음 숙소가 더 좋았다.

두 번째 숙소 근처의 골목길.

우붓은 길엔 저런 무늬가 많았다.

다시 요가반. 다시 스무디볼.

티베트 싱잉볼 수업을 위해 왔는데 시간이 꽤 많이 남아 다른 수업을 하나 더 들을까 하다가 그냥 좀 쉬기로 했다. 스무디볼을 먹으며 저 아래에서 요가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가져간 책도 읽고, 브런치 글도 쓰고, 일기도 썼다.(이때 쓴 글이 가능한 만큼의 호흡)

그냥 그곳에 머물러 있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공간이 주는 힘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요가반은 수업 그 자체보단 공간이 지닌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한 다시 찾을 것 같다.

티베트 싱잉볼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맥주와 스낵을 샀다. 좋은 기운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혼자서도 계속 피식피식 웃으며 꽤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날로 기억된다.


+ 기왕 자랑하는 김에 최애 팔찌도 자랑

이건 길리에서 샀던 거북이 팔찌. 흑진주는 리얼이라고 했지만 사실 진주 볼 줄 모른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끄덕끄덕. 길리에서 나는 좀 호구였다. 너무 좋아서 너무 열렸던 게지.

이건 우붓의 나마스테 상점에서 구입한 팔찌.

이 원석들이 뭐냐고 물으니 차크라의 상징이라 했다. 차크라는 잘 모르지만 요가원을 그렇게나 다녔으니 이건 사야지, 하며 잽싸게 구입.

집에 돌아와 저렇게 주렁주렁 걸고 다녔더니, 샤머니즘에 빠져 주술이라도 욀 것만 같다기에 한 번에 하나씩만 걸고 있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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