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있다는 감각

by 날아라빌리

2025년의 마지막 날이라 짧게라도 이곳에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올해도 결국 소설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아주 짧은 단편인데도 이걸 몇 년째 쓰고 있는 걸 보면 내게는 완결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거 같기도 하다. 애초에 없는 능력인데 이걸 왜 못 할까, 하며 스스로를 탓할 필요가 있을까. 어쨌든 쓰고는 있었다. 쓰고 있다는 감각을 잃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글을 너무 못 쓴다.

언제나 그 생각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여 멈춰 있었는데, 쓰고 싶어서 쓰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여기까지는 드디어 움직였다.


한동안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었다. 공모전 참여가 목표인지, 출판이 목표인 것인지. 어쨌든 목표가 있어야 글을 쓰는 추진력이 생길 듯하여 내내 생각했으나, 그 둘 다 목표라고 하기엔 턱없이 높은 산이었다. 그걸 목표로 글을 쓴다면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쓰는 걸까.

몇 년간 간직해 왔던 어떤 이미지를 왜 꼭 글로 만들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여 내 소설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능력 부족은 차치하고요......)


그러다, 올해 '안녕한 호흡'을 쓰면서 내가 글을 왜 쓰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듯했다. 나는 '지금의 나'를 보존해두고 싶었다. 이때가 아니면 나는 이러한 '결'을 결코 지닐 수 없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를 어떤 호흡과 언어로 나를 정확하게 기록해두고 싶었다. 과잉된 감정들, 한발 물러선 채 스스로를 방관하던 모습, 계속 무언가를 관찰하다가 뒤돌아 복기하던 시간들. 가능하면 촘촘하게 기록하려 했다. 나중에 다시 꺼내어 봤을 때 '아, 내가 그때 이랬구나'를 느끼고 싶었다.


결국,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것들이 이런 맥락과 닿아있는 듯했다. 나는 나의 우주를 잘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며, 그 우주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마도(?) 내게 가장 적합한 글쓰기를 선택한 거 같다.


내년에도 여전히 소설을 쓸 생각이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우주의 자전과 공전의 모양에 따라 서사를 바꾸기도 하고 결말을 바꿔나갈 테지. 그러다 혹여 운이 좋아 무언가가 안정적으로 흘러간다면 한 두 편은 완결낼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쓰고 있다는 감각' 그것만큼은 잃지 않은 채 나를 잘 보존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끝내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나 녀석아. 새해 복 많이 받자.



+ 이곳을 잠시라도 스쳐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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