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불꽃들은 어디로 가나

어떤 찰나를 떠올리는 노래

by 날아라빌리

지금보다 조금 어렸던 언젠가의 나는 강변에서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쏘아 올려진 불꽃들이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다가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물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떤 불꽃들은 물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흩어지며 사라졌다. 반복되는 하강과 점멸을 마주하고 있자니 바람이 차가운 날이어서 그랬던 걸까.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떨어지는 불꽃들을 보는 동안 내내 궁금했다. 이 많은 불꽃들은 어디로 가나. 흘러 흘러 어딘가에선 고여 있을까. 이대로 사라지면 너무 허무하고 아픈데.


디토(Ditto)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이돌은 잘 모른다. 봐도 다 비슷해서 구별을 못 한다. 아이돌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TV를 잘 안 봐서 요즘 유행하는 건 대부분 모른다. 뉴진스라는 가수가 있는데 이 노래 들어봤어? 하며 유튜브 화면을 보여준 사람이 남편이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보진 않았을 것 같다. 화면 속에선 인형 같이 생긴 여자애들이 긴 머리를 흩날리며 '오오오오~~!' 하다가 '라타타타 울린 심장~~!'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보다 보니 무슨 이유인지 울컥 감정들이 솟구쳤고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튀어오르려 했다.

문득 생각이 난 듯 대기권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었다가 저 멀리에서 나를 향해 반짝이는 별 하나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언젠가 강변에서 보았던 그 불꽃들이 떠올랐다. 어디로 흘러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별이 된 거네?! 다시 대기권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게 되면 한참 동안은 못 만날 것 같아 좀 더 머무르며 마주하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 위 내시경 결과를 보러 병원을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시며 위궤양이 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자리들은 궤양이 있었다가 나았다가를 반복했던 흔적이라며 '꽤 아팠을 텐데요.'라고 하셨다. 그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요즘 내가 딱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이미 괜찮아져서 잊어버렸고 외면하고 싶어 모른 척하고 있다가 정말로 잊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때는 좀 아프기도 했었나 보다.


내가 간직하고 싶었던 이야기들과 각각의 계절마다 내가 앓아왔던 시간들이 그 불꽃 속에 있었고 어딘가에 잘 고여 있다면 꼭 한 번은 그러안아주겠다는 다짐들도 그때의 하강과 점멸 속에 함께 있었다. 노래의 아련한 허밍과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인 걸까. 그렇게 흩어지며 반짝였던 불꽃들과 조금은 애틋하게 그리웠던 시간들이 불쑥 내게로 밀려들고 있다. 그때는 버거워서 그저 흘려보내야만 했던 시간들을 이제야 품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걸까.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올려 새로운 불꽃으로 쏘아 올리는 요즘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저 높은 곳의 별을 향해 쏘아 올릴 힘이 생겨난 건지도 모른다. 어느 해의 여름도 쏘아 올렸고, 사치코에 대한 기억도 쏘아 올렸다. 긴 밤 속의 어둠도 불꽃 속에 담았다. 나를 흔들었던 바람과 그 바람으로 아팠던 기억, 어느 해의 흩날렸던 꽃잎과 그 향기로 아스라졌던 기억도 모두 쏘아 올릴까 보다.

이렇게 다시 쏘아 올린 불꽃들이 밤하늘 어딘가에 모여 잘 반짝이고 있다가 앞으로의 내가 또 이렇게 어떤 찰나를 떠올리는 순간에 닿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커져버린 마음으로 별을 향한 여행을 준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팡팡! 요즘 나의 밤하늘은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하강도 점멸도 없이 환하고 예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치코와 넙치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