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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속, 시원한 물놀이

Big Sur, Lake Tahoe

by jim

여기저기 옛 여행의 추억을 끄집어내면서 주로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물속을 체험하고 둘러보는 방법이 꼭 깊은 바닷속에 장비를 메고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만 있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프리다이빙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잠수함 투어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어떤 방법이 더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뭍을 돌아다니면서 인증숏을 남기는 여행과, 강과 바다로 끊어져 있는 길에서 멈추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 본다는 것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 기항지에서 즐겼던 스쿠버 다이빙의 추억을 되새겨봤던 글을 적기 전에 캘리포니아 바닷가 여기저기에서 즐겼던 물놀이에 대해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집 근처 예쁜 해변에서 즐겼던 스킨 다이빙과 샌 디에고 라호야 해변에서 물개들과 함께 했던 바다수영에 대한 추억이었죠. 가만히 당시 앨범을 뒤적이다 보니 바닷가 말고도 다른 예쁜 수상, 수중 여행지가 있어서 기억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빅 서는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에서 제법 유명한 지역이었습니다. 서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Pacific Coast Highway #1번 도로 중간 즈음에 있는 해안 절경이죠. Mac OS 최신 버전이 이 지명을 따서 Big Sur로 나온 탓에, 방금 구글에 빅 서를 검색해보니 요즘에는 이 지역 보다 Mac OS가 먼저 나오네요. 빅 서 지역에서 유명한 건축물은 Bixby Creek Bridge인데, 빅스비는 삼성 갤럭시의 디지털 어시스턴스 이름이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애플과 삼성 모두가 탐낼 만큼 아름다운 지역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엉뚱한 상상 해봅니다.


Big Sur, California


빅 서 일대는 동쪽 산으로 올라가면 산이나 계곡도 유명하고, 서쪽 해안으로는 바다도 참 유명합니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타고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중간중간 들려서 다양한 주립공원들을 들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Big Sur, California


빅 서 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주립공원은 파이퍼 빅 서 공원입니다. 안내되어 있는 길을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는 천을 찾을 수 있고, 그 천을 따라 계속 올라가고, 집채만 한 바위를 기어 올라가다 보면 꽤 깊숙한 계곡이 나타납니다.



당시 동네 친구들은 Swimming Pool, Swimming Hole 등의 이름으로 불렀었는데, 실제 그 지명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크고 작은 돌덩이들을 한참 기어올라가야 하는 곳이니 만큼 어린아이들은 가기가 어렵고, 유모차는 더더욱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수심도 꽤 깊고,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큼지막한 돌덩이도 있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나름 액티브하게 놀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물도 깨끗하고 물고기도 제법 있었고요.


다만 산속에 있는 계속이다 보니 그 규모가 크지 않아 핀을 차고 깊이 수영을 하기에는 주변에서 조금 불편해 할 수도 있고, 한참 여름 때라도 일교차가 큰 캘리포니아다 보니 바닷물보다 훨씬 찼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같은면 벌써 위험하다고 입수금지 표시를 붙여놓았을 법한 곳이었는데, 역시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 범위가 우리와 인식이 많이 다른 미국에서는 다들 자기가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잘 즐기고 있더군요.



캘리포니아 북쪽으로 차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네바다주가 경계를 이루는 데 즈음에 휴양 관광지로 유명한 큰 호수 '타호'가 나옵니다. 겨울철에 갔을 때는 위도와 고도가 올라가면서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었죠. 처음 집에서 출발할 때에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다가, 몇 시간에 한 번씩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긴바지, 긴팔, 점퍼 등을 하나씩 챙겨 꺼내 입었던 기억이 납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큰 담수호이다 보니, 겨울철에는 스키장이 아주 유명하고,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Lake Tahoe, California


여름에 갔을 때는 역시나 수영을 빼놓을 수 없었죠. 따로 다이빙 샵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미리 찾아보지는 않았고, 운전하면서도 그렇게 유심히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이빙 투어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호숫가에서 수영을 해본 결과 수심이 깊어서 수영하기에는 참 좋지만, 볼거리는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역시 깊은 산속에서 흘러오는 물이어서 그런지 한 여름에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더군요. 특히 깊은 곳으로 내려갈 때마다 훅훅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Lake Tahoe, California


마치 바다와 같이 펼쳐진 큰 호수여서 그런지 여름철이면 제트스키 투어가 인기였습니다. 다이빙을 열심히 알아보지 않았던 것도 이 프로그램을 예약했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제트스키를 타고 호수 구석구석을 누비는 투어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무척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것이랑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꿀렁이는 물 위를 내달리는 제트스키는 '배'의 움직임에 대한 메커니즘의 이해가 부족한 저에게는 처음에 좀 힘들더군요. 무언가를 자꾸 생각해서 하려고 했던 습관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중간중간 나눠서 운전했었는데, 오히려 직관적으로 운전하는 아내가 더 쉽게 적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Lake Tahoe, California


첫 미국 여행은 예전 하와이 여행이었습니다. 그때 말을 타고 여행지를 둘러보는 투어를 했었는데 깜짝 놀랐었죠.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말을 타면 10분 정도, 길어야 30분 정도 타고 사진 몇 장 찍고 끝나는데, 거기서는 거의 오전 내내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했거든요. 이 제트스키 투어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한두 시간 타고 마는 줄 알았는데, 당분간 물 위에서 뭔가를 더 이상 타고 싶지 않을 때까지 탔습니다. 심지어 특정 구역에서 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함께 호수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중간에 이탈을 할 수도 없죠.


Lake Tahoe, California


중간에 의도치 않게 제트스키가 파도에 뒤집어지면 끝도 없는 호수 한가운데 둥둥 떠있게 되곤 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도 나더군요. 투명한 열대 바다와는 다르게 검푸른 민물은 뭔가 아직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민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가지 더 꺼내보고자 합니다. 미국 생활 당시 바닷가에서 살다 보니 국내에서 접하기 조금 불편한 이런저런 것들을 손쉽게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고, 차 타고 몇 분 거리 안에 해변과 렌털 샵이 있어서, 친구들이 국내에서 놀러 올 때마다 카약이나 스탠드업 패들 보드 SUP를 같이 많이 했었습니다.


Monterey, California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타고 나가면, 아무래도 물개가 많은 동네다 보니 동네 강아지가 달려들듯이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따라가면 도망가고, 관심을 접으면 뒤에서 따라오고 말이죠.


Monterey, California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한 일인 것처럼 해야 하는 일인데 여기서는 1~2만 원에 하루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액티비티가 별로 Hip 하다거나 하지 않거든요. 우리나라의 소위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형형색색의 슈트를 입고 엄청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사진이 올라오는데, 사실 여기서는 동네 마실 돌듯이 청바지 입고 잠깐 보드 위에서 바람 쐬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족히 2~30년은 되어 보이는 여기저기 구멍 난 슈트 입고 서핑을 일상처럼 하는 사람들도 흔했거든요.


Monterey, California


당시의 생활을 떠올려보면, 꼭 미국, 외국이 아니라고 해도, 도시보다는 환경이 좋고, 가까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바다가 있는 곳에 나중에 또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던 곳에서 차 타고 조금 더 가면 조금 더 큰 해변이 있었습니다. 아실로마라는 예쁜 스페인식 이름 해변이었습니다. 스페인어 실력이 변변치 않다 보니 무슨 뜻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어감이 좋았습니다. 바로 앞바다도 Spanish Bay라고 하니, 스페인어가 맞긴 맞겠죠. 아실로마 비치는 집 앞의 해변보다는 조금 더 트인 해변이었는데, 아무래도 파도 높이가 조금 더 있다 보니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있었죠.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장만했던 것이 서핑보드였었는데, 이 아실로마 해변에서 종종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Asilomar State Beach, California


제 키만큼 덩치가 컸던 서핑 보드는 귀국할 때 적당한 가격에 잘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렴하게 구입했었던 웨트 슈트는 다이빙, 서핑 등에 자주 쓰일 테니 잘 챙겨서 들고 왔는데, 30~40대의 직장인의 삶이라는 게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일에 치이면서, 사실 몇 년 동안 제대로 한번 입어본 적이 없었네요.



가끔 일이 있어서 샌 디에고까지 내려갈 때면 조금 못 미쳐서 있는 데이너 포인트 해변을 들리기도 했습니다. 남부에 있는 해변은 뭔가 캘리포니아 중부 동네의 해변보다 큰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도 많았고요. 하지만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서핑보드를 메고 다니지는 않았고, 아내가 즐겨 타던 부기 보드를 들고 다녔습니다.


Dana Point, California


아내 친구가 놀러 왔을 때 LA로 도착하는 항공편이다 보니, 데리러 갈 겸 LA까지 내려간 다음 데이너 포인트 근처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그때에도 부기 보드 하나 가지고 해변에서 놀다가 쉬다가, 수영도 하다가 했었는데 제법 모래가 거칠어서, 파도를 제대로 못 타고 해변까지 굴러 나오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긁히기도 했죠. 조그마한 꼬맹이들도 잘 타던데, 뭔가 어려서 배웠어야 할 것을 몸뚱이가 커진 다음 하려니까 어색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Dana Point, California


2019년도부터 창궐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COVID-19라고 이름이 붙여진 전염병이 2021년 현재 기준으로 벌써 2년째 전 세계인의 발목을 꽁꽁 싸매고 있네요. 언제쯤 시원한 계곡에, 바닷가에 마음 편히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라도 떠날 수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디를 가장 먼저 가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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