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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동쪽 바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다이빙

화창한 햇살을 쬐다가 찬물에 깜짝

by jim

미국에서 지내던 때, 운 좋게도 태평양 연안에 살 수 있었습니다. 몬터레이라는 곳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으로 설명하자면 샌프란시스코 한두 시간 아래쪽, LA보다는 대여섯 시간 위에 쯤에 위치한 작은 해안도시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속초 정도 해당할까요. 강릉처럼 화려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은데 때가 되면 관광객들이 적당히 몰리고,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이 살고, 그런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었습니다.



정착을 하고, 삶을 좀 정돈하고 2월 중순 정도로 기억납니다. 숨을 좀 돌린 터라 주말이면 해안가 여기저기를 구경했었죠. 다이빙 샵이 있어서 안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150불~200불 정도로 바로 앞바다에서 비치 다이빙이 가능하다고 해서 아내와 한번 태평양의 동쪽 바다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The wall, Monterey, CA

2월이기는 했지만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따뜻했습니다. 물론 해가 떨어지면 쌀쌀했지만요. 수온을 체크해보고 도전했었어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덜컥 예약을 했던 탓일까요. 역시 열대 바다가 아닌 곳에서의 다이빙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이빙 샵에서 준비해준 웨트 슈트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엄청난 두께였고, 처음으로 후드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불편해서 좀 간편한 복장 없냐고 물어봤더나, 이렇게 입어도 추울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두꺼운 슈트를 입고 있으니 제대로 일어서기도, 걷기도 힘들더군요. 40kg이 조금 넘는 작은 체구의 아내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습니다. 게디가 전에 하와이 다이빙에서도 그랬지만 동남아와는 다르게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모든 장비를 직접 다루어야 했습니다. 그냥 간편하게 반바지에 슬리퍼로 걸어올 때는 샵에서 해변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두꺼운 슈트에 장비에 탱크까지 메고 가려니 아내는 몇 걸음 떼지 못하더군요. 거기다가 모래사장에서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가려이 어찌나 발걸음이 무겁던지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그때 강사님께서는 드라이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진짜 물 한방울도 안들어오는지 다이빙 끝나시고 세수만 하고 짐싸서 떠나셨건 기억이 납니다. 복장도 아주 간편해 보이던데, 언젠가 한번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한 군데를 다녀왔다고 해서 태평양의 동쪽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확실히 그간 보아왔던 태평양의 서쪽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열대 바다가 아니었기 때문에 형형색색의 물고기나 산호는 당연히 없었지만, 마치 나무 숲과 같이 길게 자라고 있는 수초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장관이었습니다.


The wall, Monterey, CA


그런데 막 입수를 해서 들어가자마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죠. 버디로 움직여야 되는데 들어가자마자 버디가 없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른 일행의 손에(?) 아내가 끌려오더군요. 나중에 보니, 이렇게 두꺼운 슈트를 입어본 적이 없었는데 웨이트를 더 무겁게 준비하지 않은 탓에 물속으로 아예 들어오지를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당연한 것인데, 이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웨이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The wall, Monterey, CA


이 동네는 사실 물개가 많기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부둣가나 방파제 한쪽으로 가보면 셀 수 없는 물개들이 모여있죠. 카약이나 스탠드업 패들보드를 타고 있으면 주변에서 장난치듯이 점프하면서 휙휙 지나가는 녀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도 많이 보았었는데 워낙 재빠른 녀석들이어서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The wall, Monterey, CA


두 차례 다이빙을 했었는데, 두 번째 갔던 포인트는 바다에서부터 육지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따라 형성된 수중 생물들을 보는 코스였습니다. 제주도에서 보았던 연산호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작은 고프로 카메라의 한계로 그 아름다움이 모두 카메라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정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pipe, Monterey, CA


여기저기 많은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은 아주 좋아하지만, 물건을 사서 관리하고 챙겨두고 하는 것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보니 아직 변변한 다이빙 장비나 촬영장비는 없습니다. 그냥 여기저기 막 굴리면서 쓰기 좋은 고프로와, 여기저기 쉽게 물에 들어가서 수영할 수 있는 마스크랑 오리발 하나만 있을 뿐이죠.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지낼 때는 이것만 가지고도 여기저기에서 잘 놀러 다녔습니다. 다이빙도 몇 번 더 하기는 했지만, 워낙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바다가 많았어서 핀 하고 마스크만 있어도 아쉬울 것이 없었거든요. 집 근처에서 수시로 했던 스킨다이빙이나, 샌디에이고에서 물개와 함께 했던 수영 등의 기억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차근차근 꺼내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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