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rs Point, La Jolla Cove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던 시절에는 생각보다 다이빙을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집 근처에서 초반에 비치 다이빙을 했던 것 이외에는 사실 공부가 바쁘기도 했고, 가격이 제법 비싸기도 해서 딱히 다이빙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에 지내다 보니 어디를 가나 바다가 좋아서 그냥 수영이나 서핑을 많이 했습니다.
집 근처에 러버스 포인트라는 작은 해변 공원이 있었는데, 바비큐 시설도 갖추어져 있고, 방파제 덕분에 물살도 세지 않아서, 주말이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들이 많이 나오는 가족공원 정도의 장소였습니다. 워낙 물이 맑다 보니 여기서도 수영을 자주 했었습니다. 물론 열대 바다는 아니니 산호나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수초들이 많이 자라 있어서 그래도 이런저런 작은 물고기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그냥 심심하게 수영만 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요리조리 둘러보며 다니기 좋았던 곳이었죠.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 파도가 조금 일어나면 서핑보드도 꺼내어 띄워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모릅니다.
사진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동네에서 위로 조금 올라가면 산타 크루즈라는 동네도 좋은 해변이 있어서 종종 들렸습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차 천장에는 항상 서핑보드, 트렁크에는 스케이트보드와 핀, 마스크를 항상 챙겨 다녔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바다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죠.
며칠 연달아 쉬는 날이 있으면 샌 디에이고나 LA 같은 남쪽 대도시에 몇 번 놀러 가기도 했습니다. 남들 다 가보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월드도 좋았지만 구석구석 해변과 바다를 찾아다니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물이 맑고 깨끗한 곳에서는 수영을, 파도가 좋은 곳에서는 아내와 서핑보드나 부기 보드를 타면서, 자연과 환경만 좋아도 이렇게 삶이 풍성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하나를 꼽자면 샌 디에고의 라호야 비치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느 캘리포니아 해변과 다를 것은 없었고, 날씨가 그렇게 좋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수영하는 내내 물개가 따라다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조금 가까이 다가가면 장난치듯이 왔다 갔다 물러서던 녀석들이었는데, 여기서는 계속 제 뒤를 졸졸 따라다녀서 '이래서 물개를 물에 있는 개라고 하나 보다'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워낙 재빠른 녀석들이어서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제대로 이 순간을 즐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나중에는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들과 수영만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만히 물개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진짜 강아지랑 많이 닮은 것 같더군요.
미국은 참 다양한 면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이렇게 광활하고 깨끗한 자연을 품고 있으면서, 쓰레기 배출하고 재활용 처리 안 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이런 환경을 유지할까 싶기도 하죠. 땅이 넓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동물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변에 물개는커녕, 그냥 강아지만 돌아다녀도 무서워서 신고하는 분들이 제법 있으니 말이죠. 하기사 요세미티나 옐로우스톤 같은 곳에 가면 곰이 돌아다니기도 하니 강아지 종류(?)는 별로 신경 쓸 레벨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캘리포니아에서는 대부분의 바다들이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언젠가 갔었던 LA 여행 마지막 날에 롱비치를 들린 적이 있습니다. 롱비치라는 이름의 맥주도 있고, 왠지 익숙한 유명한 지명이기도 해서 들려본 곳이었습니다. 크고 유명한 해변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주변에 산업시설이 많아서 그랬을까요. 왠지 느낌에 휴양지 바다보다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저 멀리 포항제철이 보이는 포항 같은 분위기더군요. 분위기도 그렇고, 바로 집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어서, 씻기도 좀 귀찮기도 해서 그곳에서는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았습니다. 혹시 롱비치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 있으면 거기서 어떤 추억을 남기고 오셨는지 궁금하네요.